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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용어가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했다가(attempt suicide) 기어코 삶을 선택한 유대인 정신과 의사(Jewish psychiatrist)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From Death Camp to Existentialism)'라는 책에서 신음처럼 내뱉은 개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If you can't beat them, join them)"라는 차원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세균 감염에 맞서는 항생제(antibiotics)처럼 '적은 적으로 다스리라'는 역설의 원리다. 그런데 다소 엉뚱하게도 이 '역설적 의도'가 불면증으로 고생하는(suffer from insomnia)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다.

이 '역설적 의도'의 역설적 원리는 이렇다. 잠을 자고 싶은데(want to fall asleep) 잠이 안 오면(do not feel sleepy) 눈이 벌게지도록 안달복달하지 말라고 한다. 그냥 거꾸로, 역설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깨어 있겠노라(be awake with glaring eyes) 작심하고 버텨보라고 한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스르르 잠이 온다고 한다. 깨어 있으려는 의도와는 역설적으로 역반응을 일으킨다는(cause inverse reaction) 얘기다.

잠을 자야 한다고 초조하게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강요하는 대신에(instead of anxiously trying to force yourself to sleep) 가능한 한 오래 깨어 있으려고 최대한 애를 써보라고(try as hard as you can to stay awake as long as possible)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벼락치기 시험 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운(stay up late at night to cram for an examination) 기억을 돌이켜보라 한다. 시험 범위까지 미처 읽어보지도 못해 눈을 비비며 잠을 쫓으려 하는데(rub the sleep out of your eyes) 그럴수록 잠이 쏟아졌던(close in on you) 시절이 생생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잠을 이겨낼(fight it off) 수 없었던 그때 그 상황을 거꾸로, 역설적 의도로, 역이용해보라는 것이다.

잠은 자려고 집착하면(be fixated on it) 집착할수록 토끼가 줄에 매달린 당근을 쫓아가는(chase a carrot on a string) 것만큼이나 붙잡기 힘들어진다(get elusive). 잠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happen involuntarily) 현상이어서 도대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잠을 청하겠노라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려고 하면 할수록 그 소리는 더욱 요란스러워진다(get louder).

역설적 의도는 어쩌면 우리 몸에 교묘한 속임수를 쓰는(play a subtle trick on our body)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이 안 온다고 잠을 자려고 무진 애를 쓰지(bend over backwards) 말라고 한다. 기꺼이 받아들이면서(be cool with it) 거꾸로 예기치 못한 역공을 가하면(give unexpected counter attack) 난데없는 반응에 당황한 뇌가 착란을 일으킨다고(cause distraction) 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역설적 의도'는 죽으려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원리와 맥을 같이한다는 해석도 있다. 기고자 :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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