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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고갈 사태… 선심 정책 어떻길래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은 0.6%(노사 각각 0.3%)였다. 이후 이번 결정을 제외하고 총 4번 인상됐다. 1999년 1.0%, 2011년 1.1%, 2013년 1.3% 등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9년 10월 실업급여의 액수와 받는 기간을 늘리며 보험료를 1.6%로 높인 바 있다.

고용부는 1일 기금 건전화 방안을 통해 "당장 내년부터 재정 수지가 개선되고 2025년이면 적립금이 약 8조500억원으로 올라가는 등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금 고갈 정도가 너무 심해 내년에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1조3000억원을 추가로 더 빌려와야 할 처지다. 지난해와 올해 이미 총 7조9000억원을 빌려왔는데도 그조차도 모자라는 것이다.

◇정부 돈 아닌데 선심성 정책 남발

기금이 고갈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정부가 보험료로 만들어진 기금을 쌈짓돈 삼아 각종 선심성 정책을 편 영향이 크다. 예컨대 정부는 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2017년 청년들을 채용하면 기업에 인건비를 보조하는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을 시범 사업으로 만들었는데, 이후 중소기업들이 각종 경영난을 호소하자 연간 1조~2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사업에만 2017년 이후 올해까지 기금 3조8615억원이 들어갔다. 2017년 이후 올해까지 없어진 적립금이 13조원이 넘는데, 3분의 1 가까운 돈이 사실상 이 사업 하나로 다 없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들이 저축을 하면 저축액을 더해 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사업도 연간 5000억원 가까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됐다.

정부는 고용 안정이라는 기금 본연의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도 대거 기금으로 해결했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7일 "정부가 고용 전산망 관리, 고용센터 청사 관리비, 고객상담센터지원, 중견·중소기업현장훈련지원 등 기금 목적이 안 맞는 사업을 기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처럼 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을 정부가 직접 세금을 들이는 국가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이관 사업 규모는 2115억원 규모로 올해(2321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기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 보호 사업은 저출산 여파 등으로 연간 1조가 넘는 덩치로 커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국가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또 정부는 2019년 10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기존의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는 등 보장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로부터 약 5개월 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실업급여 지급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2019년의 보장성 강화 조치가 이를 더 가속화시켰다는 해석이 많다. 2017년 5조248억원이던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11조8000억원으로 배가 넘게 늘었다.

◇지출 크게 안 줄이고 노사에 손 내밀어

이날 발표한 기금 건전화 방안은 지출을 줄이는 척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존 지출을 거의 유지한 채 기금 정상화의 주된 방법으로 보험료 인상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를 5년간 3번 이상 받으면 급여액을 10~50% 줄이고, 각종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내년에만 총 2조6000억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또 보험료 인상과 별개로 내년에 기금 수입을 위해 정부 세금 1조3000억원을 기금에 직접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 중 정부가 줄이겠다고 한 2조6000억원에는 올해 사업이 종료된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과 내년도 지급 규모가 자연스럽게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있다. 이 두 사업 규모만 2조4000억원가량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제 정부가 줄이는 지출은 2000억원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인상을 발표하면서 그 시점은 내년 7월로 미룬 것도 "보험료 징수에 대한 부담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 고용보험료율 변화 추이 / 고용보험기금 수입·지출과 적립금 추이 기고자 :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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