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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여성 노동자들 기리는 국립역사공원 관리자 소스킨 여사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20대 남성들이 전쟁터에 간 사이, 또래 여성들은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먹여살렸다. 그 여성들을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 부른다. 당시 시대상을 담아 1942년 발표된 동명의 팝송이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에 자리한 '리벳공 로지 2차대전 국립역사공원'은 공장에서 청춘을 바쳐가며 기여한 여성들을 기리는 공간이다. 이곳에 미 최장수 현역 파크 레인저(제복을 입고 국립공원 순찰과 경비·안내 등을 담당하는 사람)가 근무하고 있다. 1921년생 흑인 여성 베티 레이드 소스킨이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오는 22일 소스킨의 백 살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준비 중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스탬프는 이미 출시됐다. NPS는 소스킨의 삶을 조명하는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가 방문자를 안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첨부했다.

소스킨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대홍수로 쑥대밭이 된 고향을 떠나 외가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집안 어른들은 철도 노동자와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스킨은 리치먼드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서류 정리를 했다. 1945년 남편과 흑인 음악 음반점을 운영했고, 지방의회 보좌관 등 지역사회 일꾼으로도 활약했다.

2000년대 초 NPS와 리치먼드시가 리벳공 로지 국립공원의 역사 공간 기능을 강화하려고 할 때 소스킨이 큰 도움이 됐다. 오클랜드 국제공항의 개항 당시 모습과 여성 조종사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비극적 실종 등을 생생히 떠올린 것이다.

그의 구술을 통해 동료 리벳공 로지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속속 발굴됐다. 여든네 살이던 2005년 그는 NPS 임시직으로 고용됐다. '정규직' 파크 레인저로 방문자센터에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 건 그의 나이 아흔 살 때였다.

2013년 그는 미 전역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당시 미 정부는 연방정부 셧다운(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연방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겪고 있었는데 '셧다운의 직격탄을 맞은 최고령 정부 직원'으로 그가 언론 인터뷰에 잇따라 등장했다.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겪은 일들을 방문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미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거창한 직함 하나 없이 묵묵히 살아온 그를 지역사회는 여러 차례 기렸다. 1995년 캘리포니아주의회는 소스킨을 '올해의 여성'으로, 2005년 전미 여성사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꿈을 이룬 열 명의 뛰어난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고향 뉴올리언스 2차대전 기념관은 2016년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2018년 할리우드 여성 영화인 모임에선 상을 받았다. 2019년엔 리벳공 로지 국립역사공원 조성에 그가 공헌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허비할 시간이 없다: 베티 레이드 소스킨의 긴급 임무'가 공개됐다.

2015년 NPS를 대표해 백악관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소스킨은 제복을 입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소스킨과 오바마가 포옹하는 모습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2019년 뇌졸중 치료를 받은 소스킨은 지난해 일터로 돌아왔고, 지금은 주 1회 리벳공 로지들의 삶을 들려주는 비대면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NPS는 "소스킨이 다시 대면 해설을 재개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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