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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4명 인천 덕적高… 1300여 주민들 억대 후원금 모아

전교생 수가 14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인천의 섬마을 고등학교 덕적고가 야구부를 만들어 위기를 넘기게 됐다. 전직 대학 야구부 감독이 "야구부를 만들어 학생 수를 늘리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쇠퇴'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야구부 창단을 위해 억대 후원금을 마련한 덕분이다.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 걸리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는 초·중·고등학교를 통합 운영한다. 덕적초·중·고교는 1933년 덕적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1955년에 덕적중이, 1980년에 덕적고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모두 5939명. 하지만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작년엔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6명, 고교생 24명 등 58명으로 줄었다. 덕적고는 올 2월 11명이 졸업했는데 신입생이 딱 1명만 들어와 1·2·3학년 전교생이 14명밖에 없다. 초·중·고 학생을 모두 합해도 56명에 불과하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도서 벽지의 경우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검토 대상이다. 덕적고도 그 대상이 된 것이다.

1300여명의 주민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섬의 유일한 학교인 덕적초·중·고가 폐교하면 초등학생들은 다른 섬의 분교에, 중·고생들은 육지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한다. 가족과 함께 섬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 지역이 황폐화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김학용 전 동국대 야구부 감독이 아이디어를 냈다.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를 졸업한 그는 동산고 선수와 지도자 시절 덕적도로 자주 전지훈련을 왔던 인연이 있었다. 그는 "덕적도는 해안이 평평해 수십년간 고교와 대학 야구부 동계 전지훈련 장소로 사용됐고, 동산고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도 고교 시절 덕적도 서포리 해안에서 동계훈련을 했다"며 "이곳이 야구부 창단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는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했다.

덕적도 주민들은 "폐교 위기를 막고 섬을 다시 살리자"며 지난해 7월부터 야구부 창단을 준비했다. 김용진 덕적고 야구부 추진위원은 "야구부를 창단하면 학생 30~40명이 전입해 학생 수가 늘게 되고, 야구부 학생 가족들까지 이곳을 드나들게 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86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폐교 위기 극복을 위한 야구부 창단 건의서'를 덕적고에 전달했다. 야구부 창단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문회 조직을 재구성하고, 후원회도 결성했다. 박경수 덕적고 동문회장을 중심으로 덕적면 발전위원회에서 1억원의 후원금 마련을 약속했다. 덕적도 인근 바닷모래를 건설자재로 채취하는 대신 주민들이 받는 복지 기금을 야구부를 위해 쾌척하기로 한 것이다. 박 회장은 "섬 주민 전체의 열망을 모은 것"이라며 "인천 지역 회사와 시의회, 옹진군 등 각계에서도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제 '연간 야구부 운영비 3억원 마련'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이런 노력에 화답했다. 교육청은 2일 "학교체육진흥지역위원회 심의에서 덕적고의 야구부 창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수 수급과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1일 학교 측에 승인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박갑준 덕적고 체육부장은 "야구단 등록 기준선인 14명의 선수를 확보해 연내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을 마치고 정식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지역 중학교 졸업 예정 선수 15명으로부터 진학 동의서를 받았다"며 "내년에는 30명 안팎의 선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인천=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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