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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놀 때 주도권 아이에게 있어
평가는 역효과, 집중하고 반응 보여야
최근 유치원 3세 아이들 학급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해당 반 교사가 아이들과 '꽃밭 만들기'를 하기 위해 점토와 색종이·빨대를 준비했다. 아이들이 점토를 눌러 넓게 펴는 동안 교사가 가위로 빨대를 자르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나도 빨대를 자르겠다"며 나섰다. 빨대를 자를 때마다 잘린 조각이 멀리 튕겨나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 것이다. 그 아이가 빨대를 자르며 까르르 웃자 같은 반 친구들도 함께 가위로 빨대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빨대를 가위로 자르면 멀리 도망가는구나!"라고 했다. 아이들은 한참 동안 빨대를 자르는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놀이는 탐색과 배움의 과정
이럴 때 교사는 당황하기 쉽다. 아이들의 관심이 교사가 준비했던 '꽃밭 만들기'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놀이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면 확신을 가지고 아이들의 놀이를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가위로 빨대를 자르면 조각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며 과학적 탐구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땐 조각이 바로 아래로 떨어지지만, 빨대는 종이와 다른 방식으로 떨어지니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즉, 빨대라는 물체의 특성을 가위질 놀이를 통해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놀이를 충분히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아이들의 탐색 활동은 가정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다양한 모양의 그릇을 꺼내 두드리며 놀거나, 요리에 쓰일 밀가루를 사방에 흩뿌리거나, 목욕 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나 비눗방울 놀이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놀이가 소중한 탐색과 배움의 과정임을 이해한다면 부모는 이를 꾸짖거나 나무라는 대신 독려해줄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주도권은 아이가 가져야
특히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학부모들에게 종종 듣는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놀이를 할 때 부모가 꼭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놀이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할지 결정하고 부모는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발성이 없는 놀이는 이미 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놀이 중간에 끼어들어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면 역효과가 난다. 놀이 도중 "이게 뭘까?" "무슨 색깔이지?" 등 질문이 계속되면 아이는 금세 흥미가 떨어진다. 놀이를 학습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기보다는 즐겁게 놀이하는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셋째는 평가와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놀이 중 "나무는 보라색이 아니라 초록색으로 칠해야지" "넓은 블록을 먼저 아래에 놓아야지" 같은 지적을 계속 하면 아이는 더 이상 놀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모에게 평가받는 느낌이 들게 돼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넷째는 적어도 하루에 20~30분 정도는 다른 일을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부모가 하루 종일 놀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을 내 온전히 집중한다면 이후 아이가 안정감을 갖게 된다. 다섯째, 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행동과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면 좋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가운데에 놓았구나" "블록을 쌓았는데 자꾸 쓰러지니 속상하구나"같이 아이가 한 동작이나 감정에 반응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나에게 집중해 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또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을 생각하며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아이의 놀이에 참여한다면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될 것이다.
[그래픽] 집에서 아이와 놀아줄 때 이렇게 하세요 기고자 : 황미희·나주 다야유치원 수석교사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0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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