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건축가 조병수·최욱, DDP서 '집의 대화'展

건축가 조병수(64)가 경기 양평에 지은 집은 '땅집'이다. 땅 위에 건물을 세우는 대신 땅을 파고 내려가 "형태가 없고 경험만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빛과 바람을 느끼는 집이라는 의미다.

건축가 최욱(58)이 고향 부산에 지은 집은 '바닷가의 집'이다. 창을 크게 내서 바다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질감을 달리하며 입체적 표정을 만들어낸다.

조병수·최욱이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인전 '집의 대화: 조병수×최욱' 개막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건축가로서 각자 걸어온 길을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돌아보는 전시다.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인 집은 종종 폐쇄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병수와 최욱의 작업은 집이 자연과 만나는 공간이며, 집이 자연과 만날 때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땅, 하늘, 바다와 만나는 집

땅집과 바닷가의 집은 두 건축가가 각각 자신의 세컨드 하우스로 지은 곳이다. 상주 공간이 아니어서 기능적 고려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자기 집인 만큼 평소 생각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임진영 큐레이터는 "건축가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땅집은 가로세로 7m 크기 사각형 마당 곁에 작은 동굴처럼 여섯 칸이 있다. 방 앞 작은 마루에 앉아 하늘과 극적으로 대면한다. 조병수는 이 집이 "절제와 성찰의 공간"이라고 했다. "작게 지으려면 마음이 작아야 합니다. 마음이 작으려면 비워야 하고,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야 하지요."

코로나 시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은 점점 중요한 공간이 되어 간다. 조병수는 "집이 더 좋은 공간이 되려면 자연과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15평 집에서도 마당을 향유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아파트 발코니마저도 확장해서 없어지고 집이 점점 불편해진다"고 했다.

바닷가의 집 역시 겸손한 건축이다. 최욱은 "마을에서 이 집이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외부도 미장으로 마감했다. 이 바닷가 마을에서 흔한 방법이라고 한다.

최욱은 이 집이 "책 읽기보다는 '멍 때리기' 좋은 집"이라고 했다. 바다라는 자연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시선을 눈앞의 책상보다 수평선 너머 먼 곳으로 유도한다. 그는 "일상에서 벗어나 감각이 열려 있을 때 멀리 보고 눈을 멀리 던질 수 있다"면서 "바닷가의 집은 (생각을) 비우는 집"이라고 했다.

◇'일하는 집'의 새로운 가능성

전시에서는 두 건축가의 다른 작업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우선 각자 운영하는 건축 설계 회사의 사무실. 거주 공간으로서의 집은 아니지만, 집과 일터의 경계가 흐려져 가는 지금 집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조병수는 서울 반포의 상가 건물 옥상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옥상에 작은 정원을 꾸미고 회의실에서 나서면 바로 정원으로 통하도록 했다. 자연과의 만남이라는 주제가 재확인되는 디자인이다. "한옥의 대청마루 같은 곳에서 일한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최욱은 사무실에 두 요리사를 두고 직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오후 4시는 '과일 타임'이라고 한다. 식사에 과일까지 챙기기 어려운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또 그는 "하루에 한 끼라도 정갈하게 먹으면 그게 습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시 장소인 DDP 라운지 'D-숲'은 보통 미술관처럼 희고 반듯한 벽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공간이다. 이곳의 공간적 특성에 맞게, 사진을 걸고 모형을 늘어놓는 대신 영상으로만 전시를 구성했다. 다음 달 3일까지. DDP 웹사이트(www.ddp.or.kr)에서 예약하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고자 : 채민기 기자
본문자수 : 191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