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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 갯벌

"폴짝폴짝 짱뚱어가 뛰어다녀요! 게도 엄청 많아."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갯벌. 나무로 만들어 갯벌을 가로지르는 길이 470m짜리 '짱뚱어 다리' 좌우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에서 짱뚱어와 농게, 흰발농게, 칠게, 길게 등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나주에서 온 김진수(39)씨와 유치원생 아이 둘은 커다랗고 빨간 집게를 치켜든 농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갈매기가 갯벌을 스치듯 저공 비행하자 홍해가 갈라지듯 갯벌에 가득하던 게 떼가 순식간에 구멍으로 몸을 숨겼다. 아이들 입에서 "우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김씨는 "갯벌은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생태 교육장"이라고 했다. 아시아 최초 '슬로 시티'(느리게 사는 마을)로 지정된 증도의 갯벌 31.3㎢는 10여 년 전 신안의 여러 섬 중 처음으로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갯벌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증도 한곳에 있는 갯벌 면적이 신안과 인접한 목포 전체 면적(51.62㎢)의 60%에 이를 정도로 드넓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전남 신안은 유인도 72곳과 무인도 953곳 등 총 1025섬으로 이뤄진 '섬의 본향(本鄕)'. 그래서 우리나라 '섬 갯벌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갯벌은 바닷물이 밀려들어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와 펄로 이뤄진 해안의 평평한 땅을 말한다. 8000년 넘게 섬 사이 조수(潮水)로 쌓인 개흙 두께가 40m를 넘는다. 바다가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가 형성된 '만(灣) 갯벌'보다는 섬 주변에 갯벌이 풍부하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신안 섬 갯벌은 최근 중국 푸저우(福州)시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44차 세계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안의 섬 갯벌을 포함해 전남 보성과·순천 등 전국 네 권역 한국의 갯벌(Korean Tidal Flat)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이번에 등재된 1293.46㎢ 중 신안이 85.1%(1100.86㎢)를 차지한다.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국내 모든 갯벌은 정부가 습지 보전 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신안 14읍·면의 육지 면적은 655㎢로 서울(605㎢)보다 넓다. 육지를 뺀 갯벌 면적은 서울 면적의 2배에 육박한다. 신안군은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 땅과 물이 만나는 지점(저조선·低潮線)을 기준으로 수심 6m 지점까지를 갯벌로 보고 있다. 신안 서남단에 있는 흑산면 여러 섬과 도초면 우이도의 갯벌은 제외했다.

신안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준비했다. 그해 1월 증도에 이어, 2015년 12월 비금·도초도, 2018년 9월 흑산과 우이도를 뺀 전 지역 갯벌을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개발 행위를 최대한 막았다. 주성영 신안군 세계유산팀 주무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주요 조건 중 하나가 자국에서 관리하는 법에 따라서 갯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신안군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2018년 1월 세계유산과를 신설했다. 세계유산팀과 갯벌관리팀 등 7팀에 섬 갯벌을 관리하는 공무원 25명을 배치했다.

◇'갯벌 행정 수도'로 도약

신안군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국내·외 관광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섬이 다리로 연결돼 접근성도 높아졌다. 김동주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안의 섬 갯벌은 사람이 직접 살면서 부대끼는 삶의 주무대이면서 동시에 생태 교육장"이라며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갯벌과 관광을 접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앞으로 '갯벌 행정 수도'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국내 갯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립 갯벌 통합관리센터'를 이르면 2023년 신안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현재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에 들어선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조직을 흡수할 예정이다. 등재추진단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6년마다 제출하는 중간 보고서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신안군은 '갯벌습지정원' 조성 사업에도 나선다. 주요 갯벌에 함초나 칠면초 등 염분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 정원과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신안을 포함해 한국의 갯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인 '갯벌 생태 연구원' 건립도 추진한다. 기고자 : 신안=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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