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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들 '네트워크 구축' 예산, 경조사 화환 등 엉뚱한 곳에 펑펑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주재국 정·관계 요인들과 인맥을 쌓는 데 쓰라는 취지로 편성된 '외교 네트워크 구축'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민들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거나 한국 주재원 직원들과 식사하고, 대사 아내의 회비를 납부하는 등 예산 집행 지침을 어긴 사례가 다수였다. 적극 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이 각 공관의 체면치레에 전용되고 있는 셈이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연 40억~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이 2일 주요 공관 39곳을 추려 '2020~2021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외 보안이 불필요한 인사, 우리 정부·민간 단체 관계자 등과 교류하는 데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쓴 공관이 22곳으로 집계됐다.

주뉴질랜드 대사관은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민주평통 위원, 한인단체 관계자, 국내 언론사 소속 현지 통신원 등을 만나는 데 썼다. 주도미니카 대사관은 이 예산으로 코이카·코트라 등 우리 정부·기업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주러시아 대사관과 주오사카 총영사관은 관저 리모델링이나 청사 신축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데 이 예산을 썼다. 주재국 요인이 아닌 인사들과의 만남은 '재외공관 주요 행사비'에서 지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네트워크 구축비를 전용한 것이다.

주미국, 주인도, 주말레이시아, 주엘살바도르 대사관과 주시카고 총영사관은 대사 배우자의 모임 회비를 납부하는 데 외교 네트워크 예산을 썼다. 민간인 신분인 대사 배우자는 이 예산을 쓰는 게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밖에 경조사용 화환 구입, K팝 동호회 면담, 김치 시연회 등 엉뚱한 용도로 네트워크 예산을 쓴 공관도 있었다. 과거 감사원·외교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11개 공관 가운데 주폴란드 대사관 등 10곳은 이번에도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태규 의원은 "보안이 요구되는 긴요한 외교 활동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의 오집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기강 해이와 해당 외교 사업의 적절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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