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우산을 갖고 있다는 것은 넉넉한 부(富)를 암시한다. (…)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신뢰감의 상징이다. 우산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적 신분의 지표가 되었다."

'보물섬'을 쓴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 1894)은 에세이 '우산의 철학'(1894)에 이렇게 적었답니다. 법무부의 '무릎 꿇고 받들어 우산' 의전 후폭풍이 거센 와중에 영국 칼럼니스트 매리언 랭킨이 쓴 '우산의 역사'(문학수첩)가 출간되었습니다.

고대에 최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우산은 19세기 들어 보다 대중화되었지만, 그래도 중산층이 노동자 계급과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중절모와 함께 영국인의 드레스 코드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거추장스럽고 덩치가 큰 까닭에 '보기 흉한 물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1719년 출간된 대니얼 디포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서 무인도에 조난당한 로빈슨 크루소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데 그중 하나가 비와 햇볕을 가릴 우산이었습니다. 그가 짐승 가죽으로 우산을 만들려 분투하는 장면이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면서 한동안 '로빈슨'이 우산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주중에 비가 제법 거세게 내렸죠. 우산을 놓고 출근한 날엔 비가 쏟아지더니 막상 갖고 간 날엔 하늘만 흐릴 뿐 비가 오지 않더군요. 스티븐슨은 또 이렇게 썼네요. "우산이 지닌 가장 기이하고도 중요한 속성은 대기층에 영향을 미치는 막대한 에너지다. 우리가 우산을 들고 나가면 공기가 메마르고, 집에 두고 나오면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형성되면서 비가 내리곤 한다." 이번 주말엔 비 소식이 없네요. 쾌청한 가을 하늘, 만끽하시길 빕니다. 기고자 : 곽아람 Books 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7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