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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도를레앙 글·그림｜김영신 옮김｜현암주니어｜48쪽｜1만5000원

오늘은 로잘리의 생일. 친구들이 풍선을 불어 마당을 꾸민다. 늦게 도착한 아킬레스도 하나 집어들고 불어 보지만 좀체 부풀지 않는다. 풍선을 문 채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깔깔거린다. "아킬레스는 모기보다 힘이 없대요!"

친구들이 고개를 돌리고 다시 각자의 풍선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풍선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아킬레스는 거기 매달려 하늘로 두둥실 날아간다. 시행착오 끝에 풍선을 조종할 수 있게 된 아킬레스는 궁궐의 발레 공연장을 거쳐 북극으로 날아가 북극곰과 바다코끼리를 만난다. 표범과 사자의 숲 위를 지나 철새들과 함께 다시 로잘리의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들은 아킬레스의 모험을 눈치채지 못한다. 여태 풍선 하나도 못 불었다고 놀리지만 상관없다. 아킬레스는 새의 깃털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로잘리에게 선물로 건넨다.

흔히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고 이야기한다. 상상력 앞에서 시공간의 제약은 의미가 없는 법. 날아간다는 모티브는 그만큼 자유로운 상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킬레스는 폐활량은 작을지언정 상상력은 부족하지 않다. 그 상상력으로 어디든 모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이다. 피식피식 풍선에서 바람이 빠질 땐 조금 당황했겠지만 당장 닿을 수 없는 곳들을 여행하며 가슴이 두근거렸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킬레스가 꺼낸 깃털은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자 스스로를 위한 징표이기도 하다. 이제 아킬레스는 친구들이 놀려도 의기소침하거나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알록달록하고 탐스러운 깃털을 생각하면서 더 크고 자유로운 세상을 상상할 것이다. 기고자 : 채민기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6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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