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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처벌하면서, 빈부 차별은 왜?

차별은 고약한 놈이다. 차별이 나쁘다는 건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없애기는 쉽지 않다. 차별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차별은 합리화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을 공정하지 않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보너스를 주는 것은 차별이 아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성과가 나쁜 직원보다 낮은 급여를 감수해야 한다면 차별이다.

한국에서 여성은 과거에 많은 차별을 받았고 지금도 그 관성이 남아있다.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도 심하다. 내가 투자한 한 회사엔 베트남 출신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있었지만 몇 년 뒤 모두 미국으로 떠났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자 경험하게 된 노골적 차별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다다서재)를 쓴 브래디 미카코는 백인인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에서 사는 일본인이다. 중학생 아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인종차별뿐 아니라 계급 갈등이나 성 소수자 문제도 다룬다.

영국에서는 인종이 다양하면 부유하고 우수한 학교지만, 백인 영국인 학생이 주를 이룬다면 밑바닥 학교일 가능성이 높다고 미카코는 썼는데, 정작 자신은 아들의 뜻을 존중해 백인 노동자의 자식이 대부분인 공립 중학교에 보냈다. '왜 인종차별은 불법인데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건 합법인가'와 같은 무거운 물음을 스스로 던지고 답했다.

영국 초등학생은 모두 똑같은 급식을 먹지만 중학생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돈은 늘 부족하다. 학교 식당에서 음식을 훔치는 가난한 집 아이를 발견한 부자 아이들이 그의 도둑질을 비난하다가 가난뱅이들은 사회의 쓰레기라는 논리로 비약하며 왕따를 시키다 못해 폭력을 휘두른다. 중학생의 세계에서도 정의는 가끔 그렇게 폭주한다.

여러 혼란과 모순을 직시하면서 아이는 성장한다. 책 제목인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절묘한 표현이다. 우리는 차별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 모두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다. 기고자 : 김동조 글 쓰는 트레이더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8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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