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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차이나 종단횡단] 北中 교역 상징 단둥, 500억 들인 건물 폐허로

    단둥=박수찬 특파원

    발행일 : 2021.09.06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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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국경 봉쇄 1년반, 현장 가보니

    압록강 변에 들어선 25층 건물은 멀리서 보면 눈부시게 빛났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이가 빠진 듯 떨어져 나간 유리창들과 붉게 녹슨 철재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 '궈먼(國門)빌딩'이라는 이름처럼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의 '대문' 격인 이 빌딩은 준공 7년이 지난 지금 천천히 폐허가 돼 가고 있었다. 공사 대금을 못 치르며 200억원대 소송에도 걸린 상태다.

    건설비만 500억원 가까이 투자된 오피스 빌딩이 버려진 것은 북한이 7년째 압록강대교의 개통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방북한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제안해 건설된 길이 3㎞의 다리는 미래 북·중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최소 4000억원이 들어갔다는 이 다리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쪽 연결도로 공사가 지연됐다.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한 후 지난해 북측이 연결 도로를 지었지만 북측 세관 등 무역을 위한 필수 시설은 아직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압록강대교와 연결되는 '프리미엄'을 자랑하던 궈먼빌딩도 문을 못 연 채 방치되고 있다.

    빌딩 주인은 단둥의 대표적 기업인 수광(曙光) 자동차그룹 계열사다. 중국 법원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공사비 가운데 25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건설사로부터 소송당했다. 수광그룹은 북한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해왔으나 매출 부진, 투자 실패 등으로 주가가 2017년 대비 60% 이상 곤두박질쳤다. 한 사업가는 궈먼빌딩을 가리켜 "대북 교역 도시 단둥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표적 대북 교역 도시인 단둥 경제가 북한의 국경 봉쇄로 쇠락하고 있다.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를 담당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 의류, 가전제품을 생산하던 도시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데다 북한이 지난해 2월 초 단둥으로 들어가던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단둥 경제는 전년 대비 0.4% 성장해 중국 전체(2.3%)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 전체 무역이 코로나 전인 2019년 대비 23% 증가하는 동안 단둥은 2019년 대비 마이너스 20%를 기록하고 있다. 6·25 당시 끊어진 압록강단교(斷橋)를 보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압록강 변 상가는 빈 점포가 적지 않았다.

    북한이 1년 반 넘게 국경을 닫으면서 북한에 거주하던 화교(중국 국적자)들은 북한 집에 못 가고 단둥에서 '난민' 신세가 됐다. 신의주에 살며 무역업을 하던 화교 K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지난 1년 반 사이 단둥에서 거처를 5번 옮겼다고 했다. 식당에서 일하지만 집 구할 돈도 없어졌다. 김씨는 "단둥에만 나 같은 사람이 수백 명"이라며 "(중국과) 무역이 끊겨 신의주 장마당 물건은 70%가 줄었다고 한다. 특히 식량이 문제"라고 했다.

    최근까지도 북한 경제가 대북 제재, 코로나, 기상재해 등 삼중고를 겪으며 북한이 조만간 단둥 쪽 교역로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중국인 대북 무역업자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는데, 전혀 신호가 없다"고 했다. 북한 남포와 산둥성 룽커우 사이에 일부 해상 무역이 이뤄지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또 다른 대북 무역업자는 "최근 룽커우에서 북한으로 건축 자재를 보내기로 했는데 북한에서 갑자기 '안 받겠다'고 했다"며 "이유를 물으니 '중국이 (대북 제재로) 북한 석탄을 안 받는 상황이 풀려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에 제재 해제 등 구체적 액션을 원하고 있는데 중국이 국제 제재를 이유로 미온적이다 보니 양측의 입장 차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단둥=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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