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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노, 추석 물건 꽉 채워놨는데…" 영덕시장 상인들 망연자실

    영덕=권광순 기자

    발행일 : 2021.09.06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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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불, 인명피해는 없지만 48개 점포 전소, 31개 점포 피해

    "우짜노. 점포고 뭐고 마카(전부) 새까맣게 타부렀어."

    5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영덕시장. 전날 새벽 화마(火魔)가 휩쓸어 잿더미로 변한 식육점 앞에서 주인 배모(41)씨가 울먹였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줄어 고생하다 추석(21일) 연휴 대목을 겨냥해 한우와 돼지고기 등 육류 2억원어치를 15평(약 50㎡) 저장고 안에 가득 쌓아뒀는데 모두 숯덩이로 변했다고 했다. 배씨는 "물량을 확보하느라 대출도 받았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이모(34)씨는 10평(33㎡)짜리 창고에 보관하던 조기 등 제수용 건어물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상인 김모(65)씨는 "명절을 앞두고 대도시에 택배로 보낼 5㎏ 안팎의 문어를 잔뜩 준비했는데, 다 못 쓰게 됐다"고 했다.

    지난 4일 오전 3시 29분쯤 영덕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965년 문을 연 전통시장인 이곳은 면적 1만8600여㎡로 영덕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등 360여 명과 장비 20여 대가 출동해 2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5시 57분쯤 화재를 진압했지만, 전체 점포 225곳 중 79곳이 피해를 봤다. 48곳이 완전히 불탔고, 31곳은 유리창이 깨지고 그을리는 등 피해를 당했다. 점포 골조는 강한 불길에 엿가락처럼 휘었고, 바닥에는 타다 만 농산물과 건어물 잔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화재가 새벽에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상인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류학래 영덕시장 상인회장은 "마침 장날인 데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손님들이 평소보다 더 찾을 것으로 예상해 어려운 형편에도 상점마다 평소 2~3배 물건을 더 준비했는데, 갑작스러운 화재로 물건들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며 "코로나로 그동안 어려웠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불까지 발생해 상인들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했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영덕시장 인근에 텐트 40동을 설치해 임시 시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물건이 모두 타 버려 이번 추석 대목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소방 관계자는 "냉각기 결함에 의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했다. 영덕군은 경북도와 함께 피해 복구와 안전 진단 등을 위한 재난특별교부세 30억원 지급을 정부에 요청했다.
    기고자 : 영덕=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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