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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화장실에 갇히다

    강우근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발행일 : 2021.09.06 / 문화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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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나는 혼자 사는 집 화장실에 두 시간 동안 갇혔다. 볼일을 본 뒤 화장실 문고리를 돌렸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만 날 뿐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몇 번 더 잡아서 세게 흔들었더니 문고리는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휴대폰도 들고 있지 않았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코털 정리하는 미용 가위였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가위로 문 틈새를 열어보려고 애썼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문을 두들겼다. "사람이 갇혔어요. 도와주세요." 처음에는 큰 목소리도 아니었고, 문도 소극적으로 두들겼지만 등줄기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세수하고 나니 온통 하얀 타일로 이루어진 화장실이 공포스러웠다. 가로막힌 문은 지금까지 내가 마주했던 어떤 것보다 거대한 존재감을 보였다. 불현듯 문 바깥 생활이 전부 멈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이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저녁 산책, 시간을 내 만나기로 한 친구와 떠는 수다,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 시 몇 편….

    "살려주세요." 나는 목청껏 외쳤다. 이대로 나라는 존재가 화장실에서 새하얗게 지워질 수 없었다. 쾅쾅. 있는 힘껏 문을 두들겼다. 그렇게 갇힌 지 두 시간이 흘렀을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가까이에 사는 친구도, 한 명씩 얼굴을 떠올렸던 가족도 아닌 옆집 남자였다. 그는 8층에 사는 집주인 할아버지를 불렀고, 공구를 들고 온 집주인을 통해 나는 무사히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세상이 그렇게 눈부시게 보일 때가 있었던가.

    이후로 301호에 사는 나는 302호 남자에게 많은 정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을 때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사람이 아니었다. 마트에서 산 과일을 감사 표시로 옆집 남자에게 건넸고, 늦게 발견해서 미안하다는 그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문을 단 하나 열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평상시 많은 관심을 부담스럽게 느꼈던 나는 집주인 할아버지를 1층에서 볼 때면 먼저 안부를 물었다. 점점 말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말 한마디 덜 하는 사람에서 더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사람들과 얼어붙었던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보겠다.
    기고자 : 강우근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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