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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8) Bob Dylan 'One More Cup of Coffee'(1976)

    강헌 음악평론가

    발행일 : 2021.09.06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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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한 잔

    이탈리아 도시의 아침은 동네 어귀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으로 시작한다. 이들에게 커피는 첫 끼니이면서 점심의 파스타와 함께 이탈리아인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로마제국의 영광 이후 오랫동안 도시국가로 분열되었던 이탈리아 반도가 19세기에 이룬 통일을 두고 저널리스트 체사레 마르키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기보다 여기저기서 건너온 집단이다. 그러나 점심 종이 울리면 스파게티 접시 앞에 앉는다. 이 순간 이 반도의 주민들은 자신이 이탈리아인이라고 자각한다."

    이탈리아엔 '카페 소스페소'라 부르는 독특한 나눔의 문화가 있다. 우리 말로 '맡겨둔 커피'라는 뜻인데, 커피를 주문한 손님이 한 잔 값을 더 내면 어려운 이웃에게 커피를 제공한다. 2차 세계대전 시절 나폴리에서 시작한 '카페 소스페소'는 코로나 국면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문화를 모두와 공유하고자 하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공동체 정신이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역사적인 찬사를 받은 커피는 종교와 인종, 대륙을 넘어 인류와 동행하는 가장 강력한 기호품이다. 밥 딜런이 1976년 발표한 'One More Cup of Coffee'는 명성에 비해 대중성이 협소했던 이 마에스트로의 곡답지 않게 197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의 음악 다방과 심야 FM 라디오의 인기 리퀘스트곡이 되었다.

    이 노래의 화자인 청년은 '보석 같은 눈망울과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졌지만 읽고 쓰는 것을 배우지 못한, 종달새 같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마음은 바다처럼 알 수 없고 어두운' 집시 소녀를 동경한다(이 노래를 관통하는 집시풍의 바이올린 선율이 그녀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알기에 청년은 쉽게 포기한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 커피 한 잔만 더 마시고자 한다.

    모든 결정 혹은 판단 전의 커피 한잔. 어쩌면 그것이 남루한 인간의 인생 전부일지도 모른다.
    기고자 : 강헌 음악평론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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