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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L교수님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발행일 : 2021.09.06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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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신지요.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저를 아시리라 봅니다. 10년 전에 '우리 방송을 망친 이데올로그들'이라는 신문 기고문에서 "종편 개국공신" "기득권 세력의 탐욕을 이론으로 포장해준 학자" "곡학아세" 같은 표현으로 저를 실명 비판하신 적이 있으시지요.

    얼마 전에 쓰신 글 '대형 언론사에 절망하는 국민에게 회초리 하나는 필요합니다'(오마이뉴스·8월 30일)를 읽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 옹호 주장을 대표할 만한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L교수님은 숙려 기간을 두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거치라는 이부영·신홍범·성한표 등 언론계 선배들의 제언을 반박하며 개정안 강행 처리를 주장하셨습니다. 숙의는 충분했고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 언론 개혁 반대 세력이 아니라 무산됐을 때 지지 세력에서 시작될지 모른다"고도 하셨습니다. 이에 "언론중재법 처리는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지로 판단하겠다"며 여당 대표가 맞장구를 쳤지요. 긴 세월 언론을 지켜온 선배들의 제언은 이처럼 당리당략에 따라 언론을 재단하려는 권력의 폭주를 막아보려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이마저 거부하며 정치권력의 편에 서서 언론을 공격하는 자신의 모습이 정녕 옳다고 보시는지요.

    교수님은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선을 10배 정도로 올리고 하한선도 두는 게 옳다며 미국 캔자스주와 미시시피주의 사례를 근거로 드셨습니다. 이 사례들을 찾느라 수고가 크셨을 줄 압니다. 굳이 거들자면, 최근 보안법 시행으로 언론사 자산 동결 및 폐간, 언론인 체포와 사직이 이어진 홍콩 사례가 보다 적실한 사례로 교수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비웃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중국 입장에서 외세 침탈의 상징인 홍콩의 병합은 타협할 수 없는 역사적 숙원이며, 자유를 빙자한 어떤 저항도 징벌되어야 할 매국적 반동일 것입니다. 교수님이 지적한 '자유를 남용하는 언론' 및 그에 대한 '국민의 회초리'가 자유분방한 홍콩 언론에 가해지는 징벌과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교수님은 언론사 매출액의 1000분의 1 또는 10000분의 1 같은 손해액 산정 기준이 빠진 것도 아쉬워하셨습니다. 형법에서도 중요 범죄는 '몇 년 이상, 몇 년 이내 징역' 등으로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기자들이 고의나 악의를 각성하고, 중대 과실을 저지르지 않으려 주의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숨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준의 타당성은 논외로 치고, 더 심각한 건 언론의 과실을 형법상 중요 범죄와 동일 선상에 놓고, 징벌 강화에 따른 언론의 '위축'을 '각성' 내지 '주의'로 간주하는 교수님의 인식입니다. 잠재적 범죄 집단인 언론을 징벌로 교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에 대한 이처럼 깊은 불신, 심지어 적개심의 뿌리가 무엇인지 아연할 따름입니다.

    언론사 구상권(求償權) 제한 조항 삭제가 문제라는 지적엔 저도 모처럼 같은 의견입니다. 자유로운 취재·보도 활동을 지켜주는 장치 중 하나가 언론사의 소속 언론인에 대한 법적 보호입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이 처리되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남발되면 언론사는 결국 그 손실 책임을 언론인에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와 언론인 간의 관계가 악화하고 언론은 안에서부터 꺾일 것입니다. 법안 초안에 들어간 언론사 구상권 행사 제한 조항은 입법자들도 이 문제를 의식했음을 보여줍니다. 병 주고 약 주고라고 할까요. 논의 과정에서 이 조항이 빠졌을 때 그들이 지었을 회심의 미소를 생각하면…,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 역시 언론 개혁의 대의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정치권력의 개입을 배제한 아래로부터의 규범 정립이어야 합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입니다. 이 맥락에서 정치권력이 주도한 언론중재법 개정 폭주 사태는 애초에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불순한 의도를 지닌 권력 집단 내 소수가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들을 또다시 정치적 흥분 상태로 몰아넣기 위해"(진중권) 벌인 반민주적·반헌법적 준동(蠢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를 비판한 교수님의 글은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습니다. 제 눈에 모욕적 표현과 허위 주장들로 가득한 글입니다. 하지만 저는 설사 법적으로 가능해도 손해배상이나 열람 차단 청구를 할 생각이 없으니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교수님의 주장이 틀렸더라도 그것을 표현할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지금도 종편 도입이 그토록 잘못된 일이었다고 확신하시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부디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기고자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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