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특파원 리포트] 정당보다 인물 따지는 獨·佛

    손진석 파리 특파원

    발행일 : 2021.09.06 / 여론/독자 A3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인들이 반골 기질이 강하다고 해도 마크롱 비판이 과하다 싶을 때가 많다. 중도우파인 마크롱을 향해 좌파들은 자본 논리가 우선이라며 맹공을 가한다. 우파에서는 마크롱이 좌파 눈치를 본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줄곧 1위를 달린다. 2위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2017년 대선처럼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재대결하고 마크롱이 다시 이길 것으로 예측한다.

    마크롱이 난타당하면서도 재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단순하다. 좌파와 우파 모두 "마크롱을 갈아치우자"며 목소리만 키울 뿐 그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파의 사회당, 우파의 공화당에서는 정권 교체를 이끌 만한 경험과 에너지를 갖춘 사람이 없다. 두 정당은 극우파이고 이미지가 낡은 르펜도 제압하지 못한다. 그러니 국정을 이끌어 본 마크롱이 그나마 낫다는 '샤이 마크롱'이 꽤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분석한다.

    독일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총선을 계기로 은퇴를 예고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여전하다. 8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기사당 연합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메르켈 진영이 계속 집권하기를 원하는 이가 많은 기류가 이어져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8월 중순을 지나면서 정국이 뒤집혔다. 메르켈의 16년 집권기 내내 외면받던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1위로 뛰어올랐다. 여론조사 회사 포르자 조사에서 사민당이 기민·기사당 연합을 누른 건 15년 만에 처음일 정도다. 한때 녹색당에도 밀려 좌파 진영에서도 '2등 정당'으로 추락했던 사민당으로서는 화끈한 재도약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갈수록 인물 대결에서 우열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메르켈의 후계자로 낙점된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가 사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보다 경험과 정치적 역량 모두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주지사 외에 별다른 경력이 없는 라셰트보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숄츠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독일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메르켈 퇴임이 다가올수록 이런 차이는 더 부각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도 마크롱을 제압할 만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고, 독일에서는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던 유권자들도 여당 총리 후보가 못 미더워 야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얼핏 달라 보여도 두 나라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능력 있는 리더를 내세우느냐가 진영 이익을 눌러 버리는 현상이 공히 나타난다는 얘기다. 내년 한국 대선에서도 표심이 비슷하게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
    기고자 : 손진석 파리 특파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8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