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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67%, 반경 1㎞ 안에 성범죄자 산다

    유종헌 기자 강우량 기자

    발행일 : 2021.09.06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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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 "신상정보 공개됐지만 실제 마주치면 못알아볼 것" 불안

    2019년 7월 서울 노원구 한 찜질방에서 40세 여성을 강제로 추행해 징역 1년에, 5년간 신상 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을 받은 이모(54)씨는 강제추행 전과만 3개다. 재범 가능성이 높아 오는 2025년까지 위치 추적 전자 장치(전자발찌)도 부착해야 하는데, 그는 출소 후 어린이 교육 시설이 밀집한 노원구 상계동의 한 빌라촌에 살고 있다.

    5일 찾은 해당 빌라촌 인근에는 유아·청소년 교육 시설이 가득했다. 그가 사는 곳에서 100m 떨어진 곳에도 어린이집이 있었다. 범위를 반경 1km로 넓히자 유치원 5곳, 어린이집 6곳이 그의 집 주변에 있었다. 초·중·고교도 13곳이나 있었다. 5세 딸을 키운다는 인근 주민 김모(40)씨는 "우편으로 성범죄자가 근처에 산다는 사실은 통보받았지만,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실제 마주쳐도 알아볼 수나 있겠느냐"며 "불안한 마음에 아이 통학할 때 마중 나가고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5일 본지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3만5702곳) 67%의 반경 1km 이내에 신상 정보가 공개된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다. 현행법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 등의 신상 정보를 일정 기간 인터넷(sexoffender.

    go.kr)에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유치원 55%의 반경 1km 이내에도 성범죄자가 있다. 초등학교(49%), 중학교(55%), 고등학교(59%) 등 각급 교육 시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주거지 제한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단지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거주지·학교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 정도만 마련돼 있다. 이마저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이를 500m 등으로 늘려야 한다는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출소한 조두순도 '전자발찌 7년 착용' 명령을 받았지만, 현재 그의 집 1km 반경엔 어린이집·유치원 등 아동·청소년 시설 수십 곳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두순에게서 피해를 당한 나영이(가명) 집도 그의 집 1km 이내에 있어 결국 나영이 가족이 이사를 갔다. 미국의 경우 40개 이상의 주(州)에서 일명 '제시카법'을 도입,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학교·유치원·놀이터 등 아동이 밀집하는 모든 장소로부터 약 600m 밖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지난해 9월에도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성범죄자가 피해자와 같은 시·군·구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고, 피해자 2k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거주·이전의 자유)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데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인구 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나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학원까지 곳곳에 들어찬 대도시 환경에서 성범죄자와 아동·청소년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정 지역으로 성범죄자들을 몰아넣는 방식 역시 그 지역이 '할렘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거 제한이 어려운 만큼,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생체 정보를 인식하는 장치를 통해 범죄의 전조 증상을 파악하면 보다 수월하게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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