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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위안·루블화로 항공유 결제… 무역 달러결제 비율도 90%→46%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항공유(油) 대금 결제 때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쓰기로 했다고 러시아 국영 석유 회사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제적 리더십이 약화되는 틈을 타 미국의 달러화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중·러의 공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 '가스프롬 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르 듀코프는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6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비행기에 주입되는 항공유는 미국 달러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한다"고 밝혔다. "9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항공유 결제에서 달러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계획"이라고도 했다. 러시아 3대 석유 기업 중 하나인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 네프트는 현재 중국 34개 공항에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항공유 값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받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 항공기가 러시아에서 급유할 때는 루블화로 결제하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탈(脫)달러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왔다. 중·러 교역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5년 90%에서 2020년 1분기 46%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위안화(17%)와 루블화(7%) 결제를 합친 비율은 24%로 역대 가장 높다. 양국의 이번 합의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위안화의 경우 전 세계 무역 결제에서 3% 정도지만 점차 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러가 항공유 결제를 양국의 화폐로 하는 것은 위안화 확대를 위한 중국의 3단계 전략(주변화·지역화·국제화) 가운데 첫 번째인 주변화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러의 '달러 패권' 견제 움직임이 성공하기 어렵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사회의 반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0년대 초반, 이란·이라크·리비아 등 중동 국가가 유로화와 기타 화폐를 중심으로 석유 거래를 추진했다가 달러 패권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이 국가들에 대해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루블화는 국제 무대에서 신인도(信認度)가 낮고, 위안화도 여전히 스위스 프랑화보다도 (신인도가) 떨어진다"며 "중·러의 뜻은 야무지지만 쉽게 뜻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픽] 중·러 교역 달러화 결제 비율 기고자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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