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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전국으로 모집 확대했지만 관심 보인 곳 없어

정부가 작년 8월 발표한 '8·4 공급 대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공공 재건축'이 전국에서 외면받고 있다. 정부는 공공 재건축 방식으로 2025년까지 5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목표 물량의 단 3%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1년 넘게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참여 신청을 받았지만, 단 4곳에서 1580가구를 후보지로 선정한 게 실적의 전부다. 최근에는 전국 대상으로 사업지를 공모했지만, 단 한 건의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 사업은 틀어막은 채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부터 40일간 진행된 '공공 주도 주택 공급사업 민간제안 통합 공모'에는 전국 70개 지역 주민들이 참여 신청서를 냈다. 역세권 인근 노후 빌라촌을 재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34곳)이나 기존 재개발 사업에 공기업이 일부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10곳)에는 관심을 보인 지역이 있었지만, 공공 재건축을 신청한 곳은 없었다.

공공 재건축은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에 용적률이나 층수 제한 같은 건축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늘어나는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임대·분양)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작년 공공 재건축 도입을 밝히면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 만큼 여러 단지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과도한 기부 채납 등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외면했고, 정부는 당초 계획을 변경해 전국으로 사업 대상을 넓혔는데도 또다시 흥행에 참패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 데다가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에 대한 주민 반감도 여전하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공공 재건축 5만 가구 공급은 '공수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공공 재건축 도입 발표 직후 정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강남과 마포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강남이나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 중 지금까지 공공 재건축 참여 의사를 보인 곳은 한 곳도 없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재건축 조합·추진위 지도부가 공공 재건축 지원센터에 사업성 분석을 의뢰했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명품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대거 포함되는 공공 재건축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라며 "지금으로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의 5만 가구 목표가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출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서울 전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 인가를 받지 않은 26만 가구를 1차로 추렸고, 그중 20% 정도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라는 추정치의 근거는 없다. 게다가 정부는 8·4 대책 발표 전까지 재건축 단지 주민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기고자 : 정순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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