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전기차 달리는데, 대학은 기름차만 가르친다

A대 자동차공학과가 올해 개설한 과목은 자동차공학개론·열역학·자동차설계 등 30여 가지. 이 중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신기술에 대해 배우는 공학 과목은 하나뿐이다. 실습 과목은 모형 자동차에 초음파 감지기를 달고 자율주행 실험을 하는 정도다. 자율주행차 전문가들은 "이런 정도의 교육과정으로는 전공 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실무에선 거의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과 설립 27년째인 B대 기계자동차공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학년 1학기까지 디젤·가솔린 같은 내연기관 관련 수업을 주로 받다가 마지막 2학기 때 전기자동차 한 과목을 배운다. 그것도 개요 수준이다. 국내 현대자동차를 비롯, 세계 굴지 자동차 회사들이 이르면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심각한 '미스매치'인 셈이다.

자동차학과는 정부가 올해 인재 육성을 위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4대 신산업(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인공지능) 관련 학과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 대학 교육 현장에선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학과 문제만이 아니다. 바이오·반도체·AI(인공지능) 관련 학과도 마찬가지다. 교육 내용은 그대로인데 학과 이름만 바꾸거나, 심지어 같은 과목인데 AI만 갖다 붙여 포장한 곳도 있다. C대는 식품영양학과를 바이오헬스과로 바꿨지만 교수들은 종전 그대로고 과목도 식품영양학과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신산업 분야 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인문·사회 계열 등 어느 전공이든 인공지능 등 공학 과목을 제한 없이 수강하도록 하고 성적도 절대평가로 산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신산업 전공 수업마저 하향 평준화해 대학 교육 수준이 사실상 뒷걸음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사 A3면 기고자 : 곽수근 기자 장형태 기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89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