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① 이재명이 언급한 맥쿼리社 일산대교와 아무 관련없다
② 국민연금은 악덕사채업자?
③ '공익처분 강행' 문제는 없나?

경기도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익 처분'을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8일 "무료화에 대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 운영권자인 국민연금을 겨냥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暴利)를 취하는 악덕 사채업자"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경기도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르면, 통행료의 최종 결정권은 주무 관청인 경기도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경기도가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애초 2002년 체결된 실시협약이 규정한 통행료 인상 폭이 과도했다"는 입장이다. 2002년 당시 경기지사는 민주당 소속 임창열 지사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트위터<사진>에서 일산대교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맥쿼리가 걱정되는 것이냐"고 했다. 2002년 12월 호주 맥쿼리그룹과 신한금융지주가 합작 설립해 인천대교 등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온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는 우면산터널 등 일부 사업에서 무리한 요금 인상을 시도해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어 왔는데, 이 지사가 외국 자본의 국내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일산대교를 둘러싼 논란 국면에서 맥쿼리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일산대교는 맥쿼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산대교는 경기도와 대림산업·현대건설·대우건설·금호산업 등 5개 사업 주체가 2038년 4월까지 30년 동안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하는 민간 투자 방식으로 건설됐다.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1300억원 대출을 받아 공사 금액을 조달했고, 2009년 11월에는 국민연금이 출자사 지분을 100%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지사는 약 2시간 뒤 페이스북에선 "국민연금은 2020년 말 2200억원의 수익을 얻었고, 투자 회수금은 이미 건설비를 초과했다"며 "노후 자금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초과 이익은 미래의 극심한 불확실성을 견디는 사업자의 정당한 대가"라며 "이걸 인정 안 하면 대한민국에서 민자 사업은 더 이상 시행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인수와 대출 등을 통해 일산대교에 투입한 자금은 2500억원이 넘는다. 일산대교 운영사인 '일산대교(주)'에 연 8% 수준의 선순위 대출(1250억원), 2014년부터 연 20%의 후순위대출(360억원)을 실행했는데 연간 이자 수입만 160억~17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통행료의 원인을 여기서 찾고 있다. 그래서 이 지사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과 같다"고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민자 사업 투자 구조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고 안정적인 배당 예측이 어려운 민자 사업에서는 지분 투자와 함께 자기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민간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후순위 대출 금리만 갖고 투자자에게 고리대금업 프레임을 씌울 것이 아니라 전체 투자 대비 수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일산대교 측은 "통행료는 경기도와 체결된 실시협약에 의해 주무 관청인 경기도가 결정한다"며 "통행료는 투자비와 교통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후순위채 차입금 이자율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기도가 공익 처분을 강행하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선 경기도가 제시한 2000억원대 손실 보상금을 받아들일 경우 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장기간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는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예상돼 송사와 보상 문제 등 일산대교 공익 처분에 따른 '뒤처리'는 도정(道政) 후임자들의 몫이 된다. 기고자 : 김은중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9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