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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쉬자위안 九단 / 黑 원성진 九단

〈제11보〉(120~129)=일본 바둑은 수백 년간 최고의 영화를 누리다 최근 20년도 안 되는 사이 아시아 3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경기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류 역사에서 특정 문화가 이같이 빨리 쇠퇴한 경우는 드물다. 바둑을 국기(國技)로까지 내세우던 일본이 한발 처지면서 바둑의 세계화도 지지부진이다. 한·중만의 각축 구도로는 흥행 확장을 기대할 수 없다.

흑 ▲는 짜릿한 급소. 당하는 쪽에선 예리한 바늘로 찔리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참고 1도 1로 막는 것이 일감(一感)이지만 흑 2를 당해 6까지 상변이 뚫린다. 백으로선 11까지 바꿔치기가 최선인데, 흑은 현찰인 반면 백은 어음 결제여서 수지가 안 맞는 거래. 120에서 백이 전의를 상실한 느낌마저 전달돼 온다.

124까지 근근이 연결은 했지만 너무 비참하고 굴욕적이다. 125, 127은 10집이 훨씬 넘는 큰 자리. 그러나 이 두 수로는 참고 2도의 수순으로 하변을 챙기는 것이 좀 더 컸다. 어쩌면 129로 끼우는 맥점을 보아놓고 이 수를 구사하기 위해 128을 유도한 것은 아닐까. 흑은 승패를 떠나 진행을 즐기고 있다. 백의 응수가 까다로운데….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5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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