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넷플릭스 드라마 1위 '디피'… 원작자·각본가 김보통 인터뷰
＂2000년대 군 복무서 실제 겪은 일… 앞으론 실제 아닌 판타지 되길＂

"디피는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폭력의 굴레가 이어지도록 방관한 저 자신을 참회하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1위 드라마 '디피'의 각본가이자,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의 김보통 작가가 9일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2000년대 초반 군번인 김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언론 보도 내용을 더해 대본을 썼다. 그는 "(현실과 다르게) 극화된 부분이 있다"는 군 반응에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본명과 나이가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공개를 사양했다.

그가 복무하던 부대도 폭언과 구타가 자행되던 곳이었다. '억울하면 신고해'라는 고참도 있었다.

"저는 디피(D.P·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라 맞지도 않았고, 부대와 사회를 오가며 고통받는 부대원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지만, 가담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괜찮다 자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그가 말년 병장이 돼 "더는 가혹행위가 없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아래 후임이 말했다.

"김 병장님은 맞지 않았으면서 그런 소리 할 자격이 없다. 내가 병장이 되고 나니 그들이 왜 때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맞을 만하니 때렸다'는 말이었다.

"충격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그 과정을 방관한 것으로도 가담한 것이구나'를 깨달은 것입니다."

군 시절 김 작가의 모습은 안준호(정해인 역)와 비슷했다.

"전 가난했기 때문에 디피에 차출됐어요. 가장 절박하게 탈영병을 쫓을 애로 보였던 거지요. 대학 재학과 권투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디피 활동비는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에 하루빨리 탈영병을 찾지 않으면 끼니를 굶을 수밖에 없어요. 당시 전 아버지가 암에 걸려 하시던 가게도 망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활동했어요."

극 중 등장인물들도 그와 함께한 사람들이 모티브였다. 박성우(고경표)는 그의 디피 선임, 황장수(신승호)는 그의 군 시절 부대원들을 지독하게도 괴롭혔던 몇몇 선임들이 합쳐진 형태다.

"박범구(김성균)는 제 군탈담당관이 모델입니다. 탈영병만 잘 찾아오면 가타부타 말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을 빤히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모습에 야속함을 느꼈지만, 은퇴 후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 친근했던 분입니다."

그가 중점을 둔 건 "탈영병을 체포하는 장면에서 통쾌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탈영병을 잡는 디피조나, 잡힌 탈영병이나 둘 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습니다. 둘 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징집된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인데 절대적인 악이나 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탈영이라는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가해자요 피해자인 거니까요."

그는 군필자들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동할 정도로 공감했다는 말에 "상처가 왜 생겼고, 누가 상처를 줬고, 어떻게 해야 같은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앞으로 디피가 사회고발 드라마가 아닌 판타지 장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혜운 기자
본문자수 : 157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