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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퇴임前 파격 선언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을 코앞에 두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메르켈은 과거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회피했다.

메르켈은 8일(현지 시각) 나이지리아 작가 응고지 아디치에를 비롯한 여권(女權) 신장 운동가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페미니즘이란 본질적으로 사회와 삶 전반에 대한 참여의 의미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의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메르켈의 발언은 2017년 베를린에서 열린 '여성20 정상'이라는 행사에서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여성계와 진보 성향 인사들은 메르켈의 태도에 실망했다며 비판을 가했다. 4년 전과 달리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메르켈은 "(2017년에는) 지금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간담회장 내부에서 박수가 터졌다.

메르켈은 독일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훨씬 활발해졌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토론 패널이 모두 남자였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괜찮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메르켈은 오는 26일 열리는 총선까지 재임하고 물러나겠다고 오래전부터 예고해왔다.

그가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페미니스트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중도우파 성향의 여당을 이끄는 입장에서 부담을 느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성향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조심해왔고, 퇴임을 앞둔 시기가 되어서야 부담을 덜어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총선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도 내지는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계산된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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