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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국서 한밤 차량 시위

"헤어 나오지 못할 늪으로 정부가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차를 끌고 나왔다."

지난 8일 오후 11시 10분,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북단에 차량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비상등을 켠 차량들은 시속 20~40㎞ 속도로 강변북로를 천천히 운행했다.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집합 제한 조치에 분노하는 전국 자영업자들이 "'위드(with) 코로나'로 전환하라"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 규정 폐지하라"는 등 정부의 방역 정책 수정을 요구하며 밤늦은 시각 도로로 나선 것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번 시위에 참가한 차량은 수도권 4000여 대를 포함, 전국 9개 지역에서 총 5000여 대"라고 9일 밝혔다. 지난 7월과 지난달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차량 시위가 있었지만, 대전·울산·광주·전주·춘천 등 전국 9개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인 건 처음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외식업을 하는 정기태(41)씨는 "야간 영업이 끊겨 매출이 5분의 1로 줄어 종업원 5명을 모두 내보내고 어머니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한다"며 "생계의 벼랑 끝까지 몰려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일본식 선술집 주인인 황모(40)씨는 "월세만 150만원 나가는데, 이번에 받은 재난지원금 250만원으론 두 달도 못 버틴다"고 했다.

자영업자 시위 차량들은 보닛 위에 '코로나가 자영업자 탓이냐?' '이제는 거리 두기 보이콧(boycott·거부)' 같은 문구를 붙였다. 일부 차량은 '살려달라'는 뜻으로 SOS 신호를 경적으로 울리기도 했다. 강변북로, 한남대교, 올림픽대로를 지난 시위 차량들은 자정을 넘은 시각 최종 집결지인 여의도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의도 진입로에서 차량을 한 대씩 검문하며 통행을 막았다. 이에 반발하는 운전자와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봉쇄로 여러 차례 집결지를 바꾼 비대위는 9일 오전 2시 30분쯤 국회 둔치 주차장에 모여 "정부의 방역 지침이 자영업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주최한 비대위 관계자는 "죽겠다고 하소연하러 나온 자영업자들에게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며 "힘센 민노총은 놔두고 힘없는 우리만 탄압하는 것은 정치 방역 아니냐"고 했다. 앞서 민노총은 서울과 지방에서 여러 차례 수천 명이 모이는 집회를 했지만 경찰은 이를 원천 봉쇄하지 않았다. 비대위 측은 "자영업자는 지난 1년 6개월간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매장 45만3000개를 폐업했다"며 "지금껏 '희망 고문'을 당하며 살았지만, 이번 시위는 이제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마지막 외침"이라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시위대가 지나는 길목을 찾아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 그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협조 정신을 악용해 확진자 숫자에만 연연하는 정치 방역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 자영업자들도 차량 시위에 동참했다. 부산에서는 소상공인 생존연대 등 자영업자 차량 47대가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문구를 부착하고 오후 11시 시민공원 남문에서 출발해 전포사거리 등 부산진구 일대에서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광주광역시 자영업자들은 서구 치평동 가정법원부터 홀리데이인 호텔 앞까지 5.5㎞ 구간에서 차량 40대를 동원해 시위했다. 이들은 "우리의 자유와 재산, 기본권을 지키자"고 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 서울 도심 차량 시위를 주최한 혐의를 받는 김기홍 비대위 공동 대표를 8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집합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여의도공원 등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주도했다. 기고자 : 강우량 기자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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