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칠곡의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 고사리손으로 그림 응원
학부모들도 학용품·옷 기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천재어린이집. 만 2~5세 어린이 6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색연필을 쥔 채 큰 도화지에 색칠을 하고 있었다. 작품 주제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이었다. 아직 어린 원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먼 나라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어린이집에는 5년 전 시리아 내전(內戰)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어린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아프가니스탄처럼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인 중동의 이웃 국가다. 어린이집 김태순 원장은 "원생들이 시리아 출신 친구들의 엄마가 히잡을 쓴 모습을 자주 봐왔다"며 "TV에 아프가니스탄 뉴스가 나오자 아이들이 안타까워해 아프간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온 아얏트(5)는 도화지에 하트 모양을 그려 넣으며, "한국으로 온 아프간 어린이가 활짝 웃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흰 도화지는 활짝 웃는 어린이들의 그림,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를' '사랑해' 등의 문구로 가득 채워졌다.

학부모들도 발 벗고 나섰다. 아프간 어린이들을 위해 학용품과 겨울옷, 인형, 신발 등을 기부했다. 어린이집은 이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를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보냈다. 5세 딸을 둔 시리아 출신의 바톨(30)씨는 "낯선 한국에 와서 모든 게 두려웠을 때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게 먼저 다가와줘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 막 건너온 아프간 사람들이 이곳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칠곡=오종찬 기자
본문자수 : 79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