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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천국 춘천

지난 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서면 '낭만 자전거 길'. 의암호를 따라 길게 이어진 자전거 길에서 시민 수십 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일반 자전거는 물론이고 2인용 커플 자전거, 전기 자전거, 유아 캐리어를 단 것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자전거 길 옆으로 풍경화 같은 푸른 호수와 산이 펼쳐졌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선 너른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과 사색을 즐기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박재훈(35)씨는 "잔잔한 호수 물결과 파란 하늘을 벗 삼아 페달을 밟으며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며 "단풍이 짙게 물드는 가을 춘천 라이딩은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자전거 천국' 꿈꾸는 춘천

'호반 도시' 강원도 춘천이 '자전거 특화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총 연장 355㎞ 자전거 길이 도시 곳곳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한다. 춘천 자전거 길은 북한강 길(70㎞), 소양강 길(17㎞), 공지천 길(13㎞) 등 '레저형' 3개 구간과 '생활형'인 도심 길(255㎞) 등 총 4개 구간으로 나뉜다. 이곳을 모두 합쳐 '춘천 낭만 자전거 길'이라 부른다.

메인 코스는 북한강 길. 의암호 둘레를 따라 조성해 '의암호 순환 길'이라고도 불린다. 의암호와 삼악산 풍광을 즐기며,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 등 지역 유명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 목재 자전거 길에선 물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해 질 무렵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호수 길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새겨준다. 북한강 길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총 연장 70.4㎞의 국토 종주 자전거 길과 연결돼 있다. 이 길은 1939년 개통돼 201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춘선 폐기찻길을 활용해 만들었다.

소양강 길에는 먹을거리가 지천이다. 춘천 대표 먹을거리인 막국수와 닭갈비 거리를 지난다. 3㎞ 남짓한 거리에 닭갈비와 막국수 식당만 30곳이 넘는다. 소양강 길은 국내 최초 다목적댐인 높이 123m 소양강댐 정상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선 발아래 굽이쳐 흐르는 소양강 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춘천 도심을 가로지르는 공지천 길은 북한강 길, 소양강 길과 연결된다.

◇스카이워크 등 볼거리 가득

춘천 낭만 자전거 길은 관광 상품이다. 주말이면 하루 200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 자전거를 즐긴다. 지역 내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한성희 춘천시 보행자전거담당은 "내년 상반기에 개장하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와 다음 달 문을 여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인 '삼악산 케이블카'도 낭만 자전거 길로 갈 수 있다"며 "자연 풍광과 지역의 관광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접근성도 좋다. 서울 용산역과 청량리역 등에서 ITX-청춘이나 경춘선을 타고 1시간 정도면 강촌역과 남춘천역, 춘천역에 도착한다. 자전거를 열차에 싣고 이동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경춘선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말엔 아무 때나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ITX-청춘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아무 때나 자전거를 갖고 탈 수 있다. 자전거가 없다면 춘천역과 남춘천역 인근 자전거 대여점을 이용하면 된다. 1만원이면 종일 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 있다.

◇2024년까지 공공 자전거 도입

지난 2019년 '춘천 자전거 여행자의 집'이 문을 열었다.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자전거 플랫폼으로, 보관소와 샤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자전거 이용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춘천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자전거 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북한강 길과 소양강 길, 공지천 길 등 레저형 자전거 길 3곳에서 자전거 사고가 나면 누구나 최대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춘천시는 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4년까지 자전거 인프라 확충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한다. 시민 통행이 잦은 교차로나 버스터미널 등에 우선 공공 자전거 100여 대를 배치해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고, 어린이 자전거 교육장을 만들어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문화를 키울 방침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자전거를 즐기는 전국 1500만 동호인이 행복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최상의 자전거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춘천=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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