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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체인지업·커브 '자유자재'

'노 메달'에 온갖 논란이 겹쳐 상처만 남은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그래도 투수 이의리(19·KIA)의 발견은 성과로 남았다. 고졸 신인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이의리는 올림픽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0이닝 5실점했다. 피홈런 2개가 흠이었지만, 탈삼진 공동 1위(18개)에 오르는 등 '빅 게임 피처'로서 잠재력을 드러냈다.

이의리는 KBO 리그 복귀 후 5경기 평균자책점 2.74로 '올림픽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지난 12일 NC전에선 손톱이 깨져 조기 강판되기 전까지 3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프로 첫 시즌을 보내는 그의 몸 관리를 위해 남은 경기 출전 횟수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이의리는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전반기와 도쿄올림픽, 후반기를 거쳐온 그에게 주어진 이번 시즌 첫 휴식기다.

이의리는 최근 본지 통화에서 "올림픽이 벌써 한 달 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귀국하고 일주일쯤 지나니 도쿄에서의 일은 거의 다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꿈에선 올림픽 경기 장면이 자꾸 나와요. 특히 준결승 두 번하고, 동메달결정전요. 너무 아쉬워서 그런가 봐요."

그가 소속된 KIA는 역대 KBO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11회)이지만, 신인왕을 배출한 지 가장 오래된 팀이기도 하다. 1985년 이순철(현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35년 동안 신인상을 아무도 받지 못했다. 그런 KIA의 '신인왕 잔혹사'를 끊을 유력한 후보가 바로 이의리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그는 2021년 1차 지명으로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장재영(키움)과 김진욱(롯데)에게 밀려 주목을 덜 받았지만, 성장통을 겪은 둘과 달리 시즌 초부터 '특급 신인'으로 떠올랐다.

이의리는 국내 투수 중 탈삼진 5위(93개)에 오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데도 피안타율은 0.204로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낮다. 제구가 잘되는 시속 140㎞대 후반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다. 현재 시즌 성적은 19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김진욱과 나란히 4승이지만, 선발로 4승을 거둔 것은 이의리가 유일하다. 그는 투구 이닝과 평균자책점 등도 크게 앞선다. 타자 중에도 별다른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의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멘털도 화제다. 홈런을 맞고도 마운드에서 미소 짓곤 한다.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그는 그 이유를 묻자 "잘 던지다가 홈런을 맞으니 허무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4월 데뷔전을 치른 뒤 '선발로 첫 시즌을 시작했는데 부담은 없느냐'는 물음에 "굉장히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선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아, 멀리 갔네'"라고 답했다. 팬들은 벌써 그의 어록까지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4차원'이라고도 불린다.

그의 당당한 태도와 독특한 성격이 고교 선배인 김병현 전 MBC 해설위원과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 김 전 위원의 팀 동료였던 윌리엄스 감독도 이의리를 두고 "'BK'의 루키 때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김병현 선배의 멘털과 여유 있는 모습을 닮고 싶은데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고 했다.

이의리는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으로 이어지는 대표팀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는 약간 뜸을 들이다가 돌려서 말했다.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 국가대표로 최대한 많이 가보고 싶어요. 지난 올림픽을 통해 승부욕이 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이번에 졌으니 다음에는 또 지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픽] 차세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노린다 기고자 :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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