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영화 '보이스' '기적' 내일 개봉… 추석 연휴, 뜨거운 2파전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관객 1232만명), 2013년 '관상'(913만명), 2015년 '사도'(624만명), 2017년 '남한산성'(384만명)까지. 추석 극장가에는 전통적으로 사극(史劇) 바람이 거셌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한가위 극장가의 상차림도 조촐해졌다. 전화 금융 사기인 보이스피싱이라는 이색적 소재를 다룬 '보이스'와 가족극인 '기적' 두 편이 연휴 가족 관객을 기다린다. 과연 한가위는 코로나로 시름에 잠긴 극장가도 달래줄까.

◇보이스피싱 다룬 이색 액션물 '보이스'

"보이스피싱의 피해액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보이스'(감독 김곡·김선)는 간담 서늘한 자막에서 출발한다. 부산 건설 현장에 걸려온 사기 전화 때문에 현장 직원들은 딸의 병원비와 아파트 중도금까지 총 30억원을 모두 날리게 된다. 내 집 마련의 단꿈에 젖어 있던 작업 반장 서준(변요한)은 동료들의 피 같은 돈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격하고 나선다.

김곡·김선 형제 감독의 공동 연출작. 사기 전화 한 통으로 현장 직원들의 꿈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입부 장면부터 한 편의 지옥도를 보는 것처럼 강렬하다. 영화의 장르 속성상 과감한 압축 생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개미지옥에 빠지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앞뒤 재는 법 없이 온몸을 던지는 변요한의 액션 연기도 호쾌함을 더한다. 엘리베이터 통로부터 건물 옥상까지 비좁은 공간을 액션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치밀한 동선(動線)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치밀하게 함정을 파놓은 뒤 피해자를 물색하는 사기 과정을 보여주는 전반부는 '범죄의 재구성'과 '도둑들' 같은 사기극을 닮았다. 반대로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하는 후반부는 '본 시리즈' 같은 전형적인 액션물이다. 문제는 이 두 장르가 매끈하게 맞물리기보다는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정교한 덫을 설치하고서도 정작 허술하게 빠져나가려 든다고 할까. 미 드라마처럼 멋지게 시작한 뒤 '경찰청 사람들'처럼 투박하게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극에 로맨스를 버무린 '기적'

역시 15일 개봉하는 '기적'(감독 이장훈)은 추석용 맞춤 상차림 같은 영화다. 우선 작품에 감도는 복고적 정서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닮았다. 남녀 주인공 '준경'(박정민)과 '라희'(윤아)의 애틋한 첫사랑에서는 '라붐' 같은 1980년대 로맨스 영화들이 떠오른다. 거기에 한가위에 어울리는 가족극의 구성을 더해서 한 편의 영화를 빚어냈다.

영화에서 자신의 몫을 정확하게 해내는 남녀 주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윤아는 영화 '엑시트'의 발랄함을,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의 순수함과 '동주'의 우직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장르를 하나의 바구니에 담다 보니, 영화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만다는 점이다.

기차역 없는 산간 마을에서 왕복 5시간씩 통학길을 오가는 초반 설정은 사회극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이라는 로맨스로 잠시 바뀌는 듯하더니, 시골 열차의 기관사가 준경의 아버지인 태윤(이성민)이라는 설정에서 다시 한번 가족 드라마로 급반전한다.

이야기를 힘껏 펼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작 펼쳐 놓은 이야기를 모아내야 하는 결말에서는 뒷심이 빠진다. 등장인물과 사연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대신에 하나의 장르에 온전하게 치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아쉬운 경우다. 그중에서는 훈훈한 가족극이라는 설정이 한가위 극장가에 어울릴 것 같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본문자수 : 180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