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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명절날 꼭 상에 올리는 음식이 있다. 간장 양념한 돼지고기를 꼬치에 꿰어 굽는 돼지고기 적갈(산적). 과거 제주에는 돼지를 잡아 나누는 '돝추렴'이라는 풍속이 있었다. 추렴은 평소에도 할 수 있었지만 명절 제사상에 돼지고기 적갈을 반드시 올려야 하기에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돝추렴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추렴한 고기는 싸고 양이 많은 데다 갓 도축한 고기의 감칠맛이 풍부했다.

할머니는 명절을 앞두고 물질을 나가 제수(祭需)용 구쟁기(뿔소라)나 뭉게(문어)를 잡아오시곤 했다. 구쟁기는 망사리 가득 잡아와도 다듬어 놓으면 야속할 정도로 양이 적지만, 불 내음을 입혀 노릇노릇 구워내면 짭짤하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바다향이 일품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은 맛볼 수 없기에 더 애틋한 명절의 맛이다.

제주에서도 육지처럼 추석에 송편을 빚는데, 제주도 송편은 둥글납작한 보름달 모양이다. 화산섬인 제주는 벼농사가 어렵다. 쌀밥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고, 쌀가루로 빚는 떡은 정말이지 먹기 힘들었다. 하여 추석 때만이라도 넉넉히 먹자는 의미로 송편을 둥글고 크게 빚었다는 설이 있다.

제주에서는 명절(맹질/멩질)을 '지낸다' '쇤다' 하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힘들고 배고픈 일상 속 단 하루 풍족하게 먹을 수 있던 날이 명절이었기에 제주 사람들은 손꼽아 명절을 기다렸다.

코로나로 한동안 제주에 못 갔는데 이번 추석에 실로 오랜만에 고향에 가게 됐다. 우리 집 꼬맹이들에게 이렇게 외쳐봐야지. "맹질 먹으러 제주 할머니 집 가자!" 기고자 : 김민희 '푸른 바당과 초록의 우영팟'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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