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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87)는 무대에 설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배우다. 1934년생이지만 여전히 짱짱한 현역. 그가 이번엔 연극 '리어왕'에서 주인공을 연기한다. 영국 배우 이언 매켈런(81)이 "형님!"이라 불러야 할 국내 최고령 리어의 등장이다. 이순재는 "말년에 하려고 미뤄둔 작품을 마침내 올린다"며 "문학적인 원전을 압축하거나 비틀지 않고 3시간 20분 길이 정통극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은 늙은 왕 리어가 세 딸의 애정을 시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토를 떼어주고 은퇴할 참이다. 그런데 두 언니의 애정 공세와 달리 막내 코딜리어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다. 리어는 그 참뜻을 읽지 못한다. 비극의 시작이다.

거죽만 보면 상속을 잘못해 벌어지는 이야기 같지만, 관객은 '진실을 보는 눈이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 앞에 선다. 진실에 눈이 먼 리어는 결국 두 딸에게 배신당해 황야로 내몰리고 점점 미쳐간다. 허허벌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비로소 직관을 얻는 것이다. 이순재는 "크고 작은 폭풍을 견뎌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다고 리어가 후회하는 대목이 있다"며 "셰익스피어가 상류층을 향해 던진 메시지였는데 요즘 사회에도 어떤 펀치를 날릴 것"이라고 했다.

'리어왕'(연출 이현우)에는 "우린 울면서 세상에 태어났지. 바보들만 득실거리는 이 거대한 무대에 떠밀려 나온 게 슬퍼서 울지"라는 명대사가 있다. 리어는 모든 것을 소유한 절대권력자에서 한순간에 전부를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순재는 홀로 리어를 맡아 23회 공연을 모두 책임진다.

'리어왕'은 연극 예매 순위(인터파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순재와 최종률, 박용수, 김인수 등 관악극회를 중심으로 소유진, 이연희, 유태웅 같은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10월 30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기고자 : 박돈규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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