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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누가 썼나… 진상규명 첩첩산중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수처 수사와 대검 감찰부 진상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핵심 의혹인 윤 전 검찰총장 개입 여부는 물론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가리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14일 공수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조금 수사 템포가 느려지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전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일단 공수처는 이번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작년 4월 초 김 의원에게 여권 인사 고발장 이미지 파일 등을 텔레그램으로 받은 것과 관련, 최초 발신자가 손 검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으로 전달되는 파일에는 최초 발신자를 의미하는 자동 생성 문구가 따라다니는데, 이번 파일에는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시돼 있고 조작된 흔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문구가 고발장 작성자가 손 검사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손 검사가 텔레그램으로 A에게서 받은 고발장 파일을 내려 받은 뒤 B와의 텔레그램방에 보내고 B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도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붙기 때문이다. 공수처로선 이를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검과 법무부에서도 이번 의혹에 대해 신중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여 성향의 한동수 감찰부장이 2주째 감찰 조사를 지휘하고 있지만 아직 수사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당초 대검 감찰부와 합동 감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접었다고 한다.

대검은 지난주 박 장관에게 그간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현재로선 손 검사에게 실명 판결문 유출 정황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만 가능하고, 손 검사나 윤 전 총장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처음 나온 지난 2일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가 쓰던 수사정보정책관실 PC와 조성은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분석한 이후 그와 같은 판단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이날 대검은 "그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주 법무부에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고, 박 장관도 국회에서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여러 검찰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장관에게 그런 보고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추가 자료가 나오지 않는 한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무부와 검찰이 신중해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 검사가 작성자라는 걸 확인하려면 중간 전달자인 김웅 의원과 손 검사 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이 필요한데, 두 사람 다 휴대전화를 이미 교체했고 공수처나 검찰이 이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때 자료가 남아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 검사는 지난 6일에 이어 이날 재차 "고발장을 작성하지도 전달하지도 않았다"는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또, 최근 일부 언론의 '공수처가 텔레그램 메시지 발신자를 손준성 검사로 파악했다'는 보도와 관련, "공수처 관계자의 피의 사실 공표 행위가 의심되는데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김웅 의원은 "기억 안 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손 검사가 작성 주체라는 걸 밝혀낸다고 해도 '윤 전 총장의 개입'과 바로 연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당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나, 손 검사에게서 '총장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대선 국면에서 야당의 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나 감찰을 길게 끌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는 만큼, 공수처나 검찰도 그 점을 의식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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