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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 현실… '달리의 꿈' 속으로

    정상혁 기자

    발행일 : 2021.12.01 / 문화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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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 회고전

    "선택할 수 있다면 하루에 2시간만 활동하고 나머지 22시간은 꿈속에서 보내겠다."

    꿈이라는 가장 초현실의 현실화에 평생을 몰두한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국내 첫 공식 회고전이 서울 동대문 DDP에서 내년 3월 20일까지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 협업 전시로, 스페인·미국 등지에서 건너온 원화 100여 점의 생애 주기별 분류를 통해 거장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기회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재단 대표 후안 마누엘 세비야노는 "달리는 룰 브레이커(rule breaker)였고 혁신을 즐긴 화가"라며 "지금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문화와 달리의 그림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가 그려낸 꿈은 몽환적이되 극사실적이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림 '볼테르의 흉상'(1941)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1945) 등처럼, 뜬금없는 초현실의 이미지를 정밀한 소묘와 원근법을 통해 현실과 잇는 것이다. "그림이란 비합리적인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천연색 사진이다." 전시장 초입에는 달리가 15세 당시 화실에 거울 세 개를 세워두고 반사 각도를 계산하며 그린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1919)이 걸려있다. 기본기 없이 추상(抽象)의 방패 뒤에 숨는 화가와는 싹수가 달랐다. 이후 출품작 '두 인물'(1926) 등에서 보이듯 피카소의 입체주의 등을 흡수하며 '편집광적 비판'이라 이름 붙은 독자적 화풍을 완성해나간다. 훗날 그는 마네·몬드리안 등 선학들을 평가한 '점수표'를 남기는데, 스스로에게 피카소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준다.

    달리를 꿈의 세계로 인도한 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었다. 태어나기 직전 사망한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이, 형이 아닌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과장해야 했던 이 화가를 '무의식'의 세계가 사로잡은 것이다. 대개 꿈이 그러하듯 달리의 그림은 창백한 고요를 품고 있다. 그 고요는 어딘지 불안해보인다. 출품작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1931)에서도 어두워지려는 하늘과 깎아지른 절벽에서 어떤 초조함이 엿보인다. 깨고 싶은 꿈, 그러나 화가는 그것을 바라봐야 한다. 이 그림은 실제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린 것으로 달리의 동요가 반영돼있다.

    달리의 독특한 시점은 그가 집착했던 밀레의 대표작 '만종'에 대한 해석에서도 발견된다. 농사짓는 부부가 저녁기도를 올리는 경건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그림이지만, 달리는 거기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림 속에 꼼짝 않고 서서 기도하는 두 인물의 실루엣은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지속적이고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했다." 그는 이 그림의 인상을 담은 여러 그림을 남겼는데, 모래 폭풍을 바라보는 아내 앞에 '만종'의 인물을 그려넣은 '슈거 스핑크스'(1933)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훗날 '만종'의 초벌 그림에는 두 인물 사이에 작은 관(棺)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훗날 루브르박물관 스캔 작업을 통해 드러났다. 공포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꿈의 특징은 확장성에 있다. 달리는 패션·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고 직접 초현실주의 영화도 제작했는데, 16분짜리 흑백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가 전시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나는 영화에서 그동안 꿈을 다루던 전통, 흐릿하거나 혼란스럽거나, 아니면 화면을 흔들어 꿈을 처리하던 방식을 반드시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눈알을 면도칼로 그어 터뜨리는 끔찍한 꿈의 장면 탓에 "다소 잔인하고 불편한 장면이 포함돼있으니 선택적으로 관람해주세요"라는 주의 문구가 적혀있다. 모든 꿈이 아름답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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