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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9) 현충원에 묻히지 못한 두 전직 대통령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1.12.01 / 여론/독자 A3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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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는 뒤에 남았다. 물론 다른 누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비통해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 또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진정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 필립 로스 '에브리맨' 중에서

    약 한 달 간격으로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고인과 유족이 원했을 국립현충원에는 안장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에 대해 그들이 사과해야 했다고 끊임없이 외친다. 마치 단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처럼. 자기들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오늘 무덤에 묻힌 망자다. 그는 일생 동안 크고 작은 일들, 사랑과 이별, 열정과 권태, 성공과 실패의 순간을 겪었다. 누구나 그렇듯 가끔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자부심도 느끼고 후회도 남았지만 돌아보면 죽음과 장례식조차 삶의 과정일 뿐이다. 소설 제목처럼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우리,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가족과 지인들은 흙 한 줌씩 망자에게 던져주고 묘지를 떠난다. 그들 또한 언젠가는 닥쳐올 장례식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울고 웃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어떤 이는 여전히 미워하며 또 어떤 이는 후련해한다. 아쉬울 것도 서운할 것도 없다. 오늘 땅에 묻힌 그 역시 타인의 장례식에서 숱하게 경험했을 감정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호불호는, 현 정부와 일반 국민, 이쪽과 저쪽으로 나뉜 사람들의 생각 차이는 크고 깊다. 그래도 일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조문 행렬이 추운 날씨에도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싫은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고 빈자리는 커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어디에 묻힌들 죽은 사람이 무엇을 알까마는, 한 나라를 책임졌던 대통령들이 현충원에 묻힐 수 없다는 건 우리 시대, 또 하나의 슬픔이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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