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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北·中이 없앤 '유엔 한국통일부흥위' 아십니까

    안용현 논설위원

    발행일 : 2021.12.01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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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정전(停戰) 이후 유엔 총회만 열리면 한반도 관련 2개 안건이 단골로 올라왔다.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언커크) 해체와 유엔군사령부 해체 건이었다.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던 북한을 대신해 소련 등이 나서 끊임없이 시비를 걸었다.

    '언커크'는 인천상륙작전 성공 직후인 1950년 10월 유엔 총회 결의로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 주도의 유엔군은 승리를 자신했다. 그래서 전후(戰後) 한국 '통일'과 '부흥'을 지원할 유엔 조직이 필요하다고 봤다. 38선 이북의 민주 선거와 경제 재건을 돕겠다는 것이다. 언커크는 유엔이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와 함께 유엔군 주둔의 명분도 됐다. 북한과 중국·소련에는 눈엣가시였다.

    탈북 외교관은 "정전 후 북한은 언커크와 유엔사를 없애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했다"고 했다. 한국과 유엔의 고리를 끊고, 유엔군으로 들어온 미군을 쫓아내는 게 북한의 절대 목표였기 때문이다. 미군 철수는 중국과 소련 이익에도 들어맞았다. 1970년대 초 미·중이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언커크는 해체, 유엔사는 존치 쪽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미국은 중무장한 북한군 앞에서 유엔사를 해체할 수 없었고, 중국도 갑작스러운 한반도 군사 공백이 불러올 일본 재무장 등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권의 외교전과 냉전 이완이 맞물리면서 결국 언커크는 1973년 12월 유엔 결의로 해체됐다. 북 유엔 외교의 최대 성과였다.

    3년 전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의 남북 철도 점검을 불허하자 북 외무상이 "미국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유엔사는 냉전 시대 산물"이라고 했고, 러시아 대사는 "북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엔사 역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엔사에 대해 "족보가 없다"고 한 우리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북·중·러가 유엔사를 문제 삼는 건 유엔사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포함한 6·25 참전국 군대를 다시 부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보리 결의가 없어도 파병이 가능하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를 이용할 권한도 있다. 48년 전 언커크처럼 북한은 유엔사를 꼭 없애고 싶을 것이다.

    김일성은 정전 직후부터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한국을 빼고 미국과 만나야 주한미군 철수 같은 안보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미국은 1990년대 초까지 '한국 동의' 없이는 북한을 만나지도 않았다. 미·북 정상회담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 꿈을 이뤄준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평소 '자주'를 강조해놓고 북핵을 없애는 문제에선 이상하게 '중재자' 운운하며 미·북 둘이 만나라고 했다. 2018년 트럼프·김정은의 첫 정상회담 결과 없어진 건 북핵이 아니라 한·미 연합 훈련이었다.

    북 외교의 70년 소원 중 이제 남은 건 유엔사 해체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북은 유엔사를 없애라고 요구할 명분을 쥐게 된다. 이미 김여정은 종전 선언이 "좋은 생각"이라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적대시 철회의 핵심이 유엔사와 미군을 한국에서 내쫓는 것이다. 언커크가 없어질 때는 데탕트(긴장 완화)라는 국제 환경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뭐가 있나. 문 정부가 주선한 미·북 정상 쇼는 빛바랜 사진만 남겼고 미·중 충돌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종전 선언' 추진을 위해 서훈 안보실장을 곧 중국에 보낼 것이라고 한다. 정권 문 닫는 날까지 북한 소원 들어주는 데 여념이 없다.
    기고자 : 안용현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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