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동네 헬스장 화장실에 스테로이드제 주사기가…

    채제우 기자

    발행일 : 2021.12.01 / 사회 A1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운동선수 아닌 일반인들도 몸짱 열풍에 약물 남용 확산

    '화장실 변기에 이물질 또는 주사기를 버리지 마세요.'

    지난달 말 서울 관악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칸막이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헬스장 측은 근육을 키우기 위한 '스테로이드제'를 화장실에서 몰래 주사한 뒤, 빈 주사기를 버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헬스장 회원 엄모(27)씨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약 먹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동네 헬스장 화장실에 안내까지 붙은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스테로이드제 의약품'은 과거 일부 스포츠 선수가 근육량을 키우고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써왔던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오남용 사례가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소위 '몸짱 열풍' 등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별도 처방이 필요한 이 제품이 불법 경로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4년제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는 박모(26)씨는 "주변에만 3명이 알약 형태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남몰래 먹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4년 차 헬스트레이너 이모(25)씨는 "인터넷 카페나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불법으로 쉽게 약물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터넷 포털의 '스테로이드' 이용자 카페에는 불법 유통 제품의 이용 후기가 올라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자 손쉽게 판매업자와 접촉할 수 있었다. 판매업자는 "원하는 제품과 이름, 주소, 연락처만 알려주면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스테로이드제 같은 전문 의약품을 전문가 처방 없이 판매·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남성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기간이 2~3주만 넘어가도 몸의 자체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며 "심장병, 대사 능력 저하 같은 부작용도 있어 의료진 감독하에 치료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고 했다. 김병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단기간 내 근육량 증가로 몸이 눈에 띄게 좋아 보일진 몰라도 복용이 지속되면 고환 축소, 성기능 감퇴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대표 스테로이드제 중 하나인 '아나볼릭(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의 온라인 불법 판매가 6169건 적발됐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전문의약품을 불법 구매한 소비자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자에겐 과태료의 10% 이내에서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식약처 채규한 사이버조사단장은 "최근 불법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조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기고자 : 채제우 기자
    본문자수 : 1297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