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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사과 부문 9년 연속 수상

경북 청송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과 산지다. '아삭' 소리와 함께 한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꿀이 터지는 듯한 당도가 일품이라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청송 사과가 '꿀사과'로 불리는 이유다. "사과가 청송군을 먹여 살렸다"며 '효자 사과' '황금 사과'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이런 명성을 대변하듯 청송 사과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사과 부문에서 올해 9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기후·토양·기술 삼박자가 빚어낸 '명품 사과'

청송 사과의 단맛은 천혜의 환경 덕분이다. 해발 250m 이상의 산간지대인 청송은 안동 등 인접 시·군에 비해서도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고지대를 기반으로 서쪽의 대륙성 기후와 동쪽의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지역으로 연평균 일교차가 13.4℃에 이른다. 연간 강우량이 1000㎜ 정도로 적은 반면 일조량은 풍부하다. 사과가 잘 익기 위한 조건인 일교차와 일조량에서 모두 강점을 지닌 것이다.

토양은 물 빠짐이 좋고 관수(灌水) 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과 재배 기술 개발 역시 청송 사과를 만든 힘이 됐다. 과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수분용 머리뿔가위벌을 방사하고 반사필름 피복을 도입한 데 이어 농약도 최소화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농가별 처방에 따른 재배를 통해 껍질째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사과를 처음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후·토양·기술 삼박자가 어우러진 청송 사과는 당도 14브릭스, 산도 0.3% 정도를 유지하는 명품 사과로 거듭났다.

청송 사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1924년에 독립운동가이자 종교인인 박치환 장로가 청송군 현서면에 사과 묘목을 들여와 재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하나는 1920년대에 안덕면에 살았던 신인수라는 인물이 본격적으로 사과를 재배하고 보급했다는 설이다. 일본 아오모리 현의 레코드 회사에서 일하던 신씨는 사옥 근처 과수원을 지나다 처음으로 사과를 접하게 됐고, 이후 1927년 조선으로 귀국할 때 600여주의 사과 묘목을 구입해 청송에 재배를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먹는 맛, 보는 맛'…청송황금사과도 개발

지난 2019년 청송군은 청송황금사과(시나노골드) 브랜드인 '황금진'을 개발했다. 이름처럼 표면이 황금빛을 띠는 사과다. 청송 사과의 명성을 잇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황금진은 사과종인 골든데리셔스와 천추를 교배한 새로운 종으로, 무게 350g이며 당도는 일반 청송 사과와 같은 14브릭스 내외다. 풍부한 과즙과 식감에 영롱한 황금빛까지 더해 입맛을 돋군다. 먹는 맛과 보는 맛을 모두 잡은 것이다.

청송군이 황금진을 개발한 이유는 미래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과 소비가 부진한 청년층에서도 황금 사과는 인기가 높다. 다양한 품종이 개발될 경우 농가 소득이 안정화되는 측면도 있다. 군은 새로운 사과 재배·연구 기술 개발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71억원을 투입해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청송군은 사과 판로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매년 1200억~1500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올리는 청송 사과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지난해엔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3개 국에 40만 8056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과거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등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등 유럽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는 중이다.

◇사과로 빚어낸 청송의 멋과 맛

사과는 건강과 미용에도 도움을 주는 과일로 잘 알려져 있다. 사과에 함유된 셀룰로스 성분은 단단해진 변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장의 산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식후 간식으로 사과를 먹는 이유다. 특히 아침에 먹는 사과는 피부 미용 효과에 탁월하다. 비타민C 함량이 높고 유기산 성분도 함유돼 있어 피부를 촉촉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기미, 잡티, 주근깨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 색소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사과의 이러한 미용 성분을 활용해 지난 2019년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화장품 제조 기업인 리더스코스메틱과 함께 청송사과 추출물(4만ppm)이 함유된 마스크팩 '예쁘니까 사과해'를 개발했다. 피부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한 이 제품은 얼굴과 목에 붙이면 하얗고 결고운 피부와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사과는 100g당 57㎉ 정도로 열량이 낮은 대신에 수분과 비타민 함유량이 높아 체중 조절을 목표한 이들에게 유용한 식단이다. 사과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은 청송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한과 제조회사인 '청송사과한과'는 사과를 원료인 조청으로 만든 사과 한과, 현미쌀과자 등을 주력 상품으로 출시했다. 명절 선물로 안성맞춤인 사과즙도 인기다. 당도 높은 청송 사과를 착즙해 액체화(化)한 사과즙은 살균 과정을 거쳐 영양소를 그대로 보존했다. 청송은 원래 얼음막걸리가 유명한 고장이나, 최근엔 사과로 빚은 막걸리도 시판돼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기고자 :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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