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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이 순간] 박민지 "무조건 우승 목표가 두려움 밀어냈죠"

    최수현 기자

    발행일 : 2021.12.02 / 스포츠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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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PGA 대상·상금왕·다승왕 수상

    나름대로 잘 살아온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박민지(23)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여자 프로골프(KLPGA) 투어 5년 차. 매년 한 번씩 우승해온 그는 올해 갑자기 6승을 쓸어담고 국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15억2137만원)을 새로 썼다. 꾸준하고 성실한 선수에서 역사적 기록의 주인공으로 성큼 뛰어올랐다.

    이 도약의 비결을 알아내려고 지난 30일 박민지를 만났다. 그가 대상·상금왕·다승왕을 휩쓴 KLPGA 시상식 두 시간 전이었다. "갑자기 기쁘다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하다가 슬프다가 힘들다가 다시 또 기쁘고. 올해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겪었어요. 우승도 여섯 번이나 했지만, 한 홀에서 (벌타 포함) 열 타를 쳐보기도 했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해서 눈물 나게 행복해요."

    박민지는 지난해 미 LPGA 투어와 KLPGA 투어 한국 선수들의 팀 대항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만나본 뒤로 간절함이 커졌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한 번의 경험이 생각을 바꾸고 목표를 바꿔 인생을 바꿔놨다는 얘기다. "'나는 너무 밋밋한 선수 같다. 나도 이제는 우승 많이 하고 싶다' 집념을 품었죠. 작년까진 1년에 1승도 감사하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일단 이루고 나면 느슨해졌어요. 챔피언조에 들어가면 '잘못하다 10위 밖으로 밀려나지 말고 5위 안에만 들자'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경기했죠. '우승 욕심 버리고 차근차근 치겠다' 마음먹었더니 정말로 우승 욕심이 없어져 버렸어요."

    '무조건 우승'으로 목표를 바꾸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집념 하나가 두려움을 밀어냈어요. 전에는 '실수해서 해저드에 빠지면 어떡하지. 왼쪽이 무서워, 오른쪽이 무서워' 하며 안전하게 쳤어요. 하지만 우승만 바라보면, 빠지든 말든 일단 홀에 가까이 붙여야 기회가 오잖아요. '내가 해낼 수 있다.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무서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었어요."

    7월까지 놀라운 기세로 6승을 올렸다. 이후론 2위와 3위를 두 차례씩 했고 9월에 상금 기록도 경신했으나 우승이 더 나오진 않았다. 그는 "내 기사를 너무 많이 읽었다"며 아쉬워했다. "상반기엔 무아지경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 대회 앞두고 '또 우승하나. 다음 도전에선 기록 깨나' 제 얘기만 나왔어요. 시즌 내내 주목받는 경험은 처음이어서 이것저것 신경이 많이 쓰였죠. 아, 아직 내가 어리구나. 더 많이 겪으면서 성장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또 배워가는 것 같아요."

    박민지는 체력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본 선수 중 하나다. 1984 LA올림픽 핸드볼 은메달을 딴 어머니 김옥화씨는 박민지가 골프를 시작한 열두 살 때부터 트레이너를 구해 체력 운동을 병행하게 했다. "일본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했던 어머니는 체력 운동의 중요성을 아셨다"고 했다.

    보통 동계 훈련 땐 저녁까지 샷 연습에 몰두하다 밤에 1시간 정도 체력 운동을 했다. 지난겨울엔 매일 두세 시간으로 운동량을 늘렸다. 이때 다진 체력으로 올해 상반기는 버텼는데, 하반기엔 근육이 빠져 허리 통증이 생겼다. 올겨울에도 국내에서 체력 운동에 집중하고, 내년엔 시즌 중에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골프 감각이 굉장히 좋은 편이어서 컨디션과 상황에 잘 맞춘다"며 "스윙 틀은 유지하면서 조금 더 일관성 있게 샷을 다듬고 싶다"고 했다. 내년엔 다시 1승이 목표. 그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하겠다는 박민지는 "이제는 기대와 부담감도 다 안고 이겨내겠다"고 했다.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불가능할 것 같던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걸 올해 배웠다"며 "골프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픽] 박지민의 놀라운 2021년 / 박지민 시즌별 성적
    기고자 :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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