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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시골 풍경 감상법

    이보현 '귀촌하는 법' 저자

    발행일 : 2021.12.02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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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에서 수확 중인 콤바인 하베스터(combine harvester·수확 기계)를 봤다.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면서 조금씩 앞으로 가면 뒤로는 벼들이 쓰러져 쌓인다. 하늘이 맑고 빛이 좋아서 한참 바라봤다. 아름답고 신기한 광경이라 동영상도 찍었다. 그러다 흠칫, 나 너무 관광객 같은가? 일하시는 분에게 혹시 실례가 되려나 싶어 얼른 카메라를 거뒀다. 보통은 마을 길로 산책을 가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내 호기심을 채우는 구경거리로 삼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은 마을 길로 들어섰고 우연히 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귀촌해서 걸어서 출근하던 시절, 마을을 지나다 어르신을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드리곤 했는데 누구냐 묻는 분도 계셨다.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다 아는데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 인사하니 궁금하셨나 보다. 집이 개인이나 가족의 공간이듯, 마을은 주민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을 길은 번화가나 도시의 골목과 달리 마을의 일부다.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에 비거주자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나는 마을 길이 조심스럽다. 가까이 다가오거나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드리거나 말을 섞기도 할 텐데 나는 길 위에, 상대는 논밭에 있다. 한창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는 나는 그저 길 건너 아파트에 사는 산책자다. 남의 동네를 구경하는 외부인, 마을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존재.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지는 않다. 길 잃은 옆 마을 사람인 나에게 친절히 길을 알려주셨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만경강이다. 포장도로라고 해도 오른쪽으로는 논밭이, 왼쪽 빌라와 신축 주택 사이사이에는 텃밭이 자리 잡은 시골길이다. 산책로에 도착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강을 옆에 끼고 한참을 걷는다. 여기도 서울 한강처럼 개와 산책 나온 사람, 달리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1시간 걷는 동안 많으면 10명쯤 만나는 것 같다. 이 정도로 충분하지만 시골 풍경이 더 보고 싶을 때는 아파트 꼭대기 층에 올라간다. 계단참 창문으로 실컷 구경한다. 마을 길을 구석구석 걷고 싶은 욕심은 동네 주민이 될 때로 미뤄두기로 한다.
    기고자 : 이보현 '귀촌하는 법' 저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6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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