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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고장난 측정기로 "독성물질 없네"

    박상현 기자

    발행일 : 2021.12.02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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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태양광 공사현장 조사서 제강슬래그 침출수 검사후 "정상"

    "환경부가 고장 난 측정기 들고 와서 뻔뻔하게 실험 결과 조작해도 되는 겁니까?"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 태양광 2·3구역 공사현장에서 지난달 25일 소동이 벌어졌다. 민관 합동으로 열린 태양광 공사 현장 내 제강(製鋼)슬래그 침출수 실험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와 시민단체 간에 고성이 오간 것이다. 합동점검단은 이날 공사 현장에서 채취한 제강슬래그 침출수를 비커에 담아 pH 농도 측정에 들어갔다. 제강슬래그 포설 지역에서 강알칼리성 물질이 나오는지 가리기 위해서였다. 전북지방환경청 측이 직접 준비한 pH 측정기에서 결과 값이 '7(중성)'로 나오자 공무원과 태양광 업체 측은 "정상이네!" 하며 소리쳤다.

    그런데 조사에 함께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가 "결과가 이상하다"며 주머니에서 리트머스 시험지를 꺼내 비커에 담갔다. 예정에 없던 실험이었다. 중성이면 연녹색 리트머스지에 변화가 없어야 하지만, 종이가 침출수에 닿자마자 강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진한 보랏빛으로 변했다. "정부가 눈앞에서 사기를 치려다 걸렸다" "리트머스지가 없었다면 속아 넘어갈 뻔했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환경청은 "측정기가 고장 난 것 같다"에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산업폐기물인 제강슬래그는 올 4월부터 3.6㎢(약 109만평) 새만금 육상 태양광 부지 내 도로 35km에 42만톤가량 깔렸다. 야외에 그대로 노출된 이 슬래그에서 유해 물질 유출이 우려된다는 본지 보도〈10월 28일자 A1면〉 이후 환경부 등 정부 기관은 "유해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환경부, 전북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군산시, 새만금개발청 등 정부 기관과 태양광 사업자, 폐기물 업체,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첫 민관 합동점검은 환경청이 고장 난 측정기를 가져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갯벌로 만든 부지에 300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이 사업은 지난 4월 첫 삽을 떴다. 공사장 내 도로는 당초 순환골재를 깔도록 돼 있었지만 갑자기 재료가 제강슬래그로 바뀌면서 환경오염 논란이 일었다. 슬래그는 도로를 만들 때 부재료로 흔히 쓰이지만, 비·눈과 지하수 등이 닿으면 유해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새만금 공사 현장에선 수개월째 이런 조치가 없었다.

    새만금에선 또 다른 환경오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내 산업단지 등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군산공공하수처리장에선 '정화용 미생물'이 올해만 벌써 수차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농도 독성 물질이 하수처리장 유입수를 통해 흘러들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을 통해 전북도에서 받은 '군산하수처리시설 중금속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시한 '정기 슬러지(하수처리 또는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검사'에서 기준치보다 2~5배 이상 높은 납, 수은, 비소 등이 이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정화용 미생물은 이런 독성 물질을 정화하지만 워낙 독성 물질 농도가 짙어 미생물들이 모조리 죽어버린 것이다. 군산시와 환경 당국은 7개월째 이 독성 물질이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육상 태양광 부지 도로에 제강 슬래그를 깔기 시작한 올 4월부터다. 군산시는 군산산업단지 내 업체가 전(前) 처리(하수·폐기물 등을 처리할 때 미리 중금속 물질 등을 걷어내는 것) 없이 공업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오리무중인 상태다. 군산시 측은 "의심 사업장을 방문하고 관로 조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중금속을 배출한 업체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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