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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이어 시민단체 예산도 되살린 서울시의회

    정한국 기자 김윤주 기자

    발행일 : 2021.12.02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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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주도 시의회의 예산 뒤집기…
    오세훈 정책은 줄줄이 제동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대폭 삭감한 내년 시민단체 민간 위탁 관련 예산을 대부분 되살리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이 새로 추진하는 신규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예산안을 두고 시와 시의회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1일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와 NPO(비영리법인) 지원센터, 서울혁신파크 등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조성한 곳에 주던 예산을 잇따라 예년 수준으로 되살렸다. 반면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온라인 강의(168억원), 오 시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추진하는 기본 소득의 대항마로 내세운 '안심 소득' 시범 사업(74억원) 등 주요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는 전날 서울시가 123억원 삭감한 내년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오히려 올해보다 13억원 더 늘려 책정했다.

    이번 '예산 전쟁'은 지난달 1일 오 시장이 총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관행적이고 낭비가 컸던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시절 추진돼 특정 시민단체 등 민간에 맡겼던 사업 상당수가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시의회는 시가 삭감한 시민단체 민간 위탁 관련 예산을 되살리고, 오 시장이 새로 짠 예산은 삭감하는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서울시가 지난달 삭감한 주요 민간 위탁 사업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되돌렸다. 상당수가 박 전 시장 때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지만,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과가 작거나 불합리한 관행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 시가 예산을 크게 깎았던 것들이다. 행자위 위원 12명 중 1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박 전 시장이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겠다"면서 도입했던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내년도 예산은 서울시가 올해(40억원)보다 12억원 줄였지만 시의회는 40억원으로 되돌렸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특정 시민단체 출신에게 사업 관리를 맡겨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인건비 비중도 절반에 달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원사업'도 서울시는 내년에 65억원을 편성해 올해의 반 토막으로 감액했지만, 시의회가 이날 125억원으로 되돌려놓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6일 공개적으로 "전액 복원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123억원 삭감한 내년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오히려 13억원 더 늘렸다. 지난달 29일에는 43억원 삭감한 도시재생센터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TBS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박 전 시장 때 추진된 도시 재생 사업도 예산 대비 효과가 낮다는 비판이 많았던 사업이다.

    반면 오 시장이 취임 후 추진한 주요 사업 예산은 잇따라 전액 삭감되고 있다. '서울런(Seoul Learn)'이 대표적이다. 취약 계층 학생이 무료로 유명 학원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사업인데, 시의회는 내년 사업비 16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에 사는 19~24세 청년들에게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대중교통 이용비를 연간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도 예산 150억원이 전부 삭감됐다. 작은 강과 하천을 중심으로 수변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사업비 32억원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는 지자체장의 동의가 없으면 시가 줄인 예산을 늘릴 수 없다. 시의회가 오 시장이 추진하려는 사업 예산을 깎는 것은 가능하지만, 서울시가 이미 삭감한 것을 다시 늘리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동의 없이 늘린 예산을 끝까지 수정하지 않고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예산 충돌이 최악의 경우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동의 없이 증액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양측 갈등이 계속돼 연말까지 예산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준예산(準豫算) 체제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는 필수적인 지출만 하며 시를 운영하는 방식이라 혼란이 불가피한 최악의 사태"라며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오는 16일 본회의 전까지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시의회가 증액·삭감한 내년도 서울시 주요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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