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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으로 만든 3D프린터 잉크, 세포 성분만으로 구성한 건 처음

3D(입체) 프린터가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잉크로 약물을 방출하고 독소를 흡수하는 입체 구조를 찍어냈다. 과거에도 생체 물질로 만든 잉크가 있었지만 오로지 세포가 분비하는 성분만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닐 조시 교수 연구진은 "대장균이 만드는 단백질로 3D 프린터에 쓸 수 있는 잉크를 만들었다"고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대장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피가 엉기게 하는 피브린 단백질의 구성 성분을 분비하도록 했다. 한쪽 대장균은 혹 모양을, 다른 쪽은 구멍 모양의 성분을 만들며, 각각 반대 전기를 띠도록 했다.

대장균을 배양하면 피브린 단백질 구성 성분들이 서로 결합해 섬유 형태를 이뤘다. 이후 나일론 막으로 세포를 걸려 서로 연결된 섬유들을 농축했다. 이런 과정으로 잉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점도와 탄성을 가진 젤라틴 형태의 잉크가 형성됐다.

3D 프린터는 노즐에서 살아있는 잉크를 0.5㎜ 굵기의 실로 뿜어냈다. 실을 원하는 모양대로 쌓으면 원과 네모, 원뿔 등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졌다. 대장균 단백질로 만든 실은 16㎜까지 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했다. 과거에도 세균이 들어간 잉크가 있었지만 인쇄하기엔 강도가 약해 합성 고분자 물질을 추가했다. 이번에는 오로지 생체 물질로만 잉크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잉크에 기능성 대장균도 추가했다. 한 대장균은 암세포를 만나면 항암제를 분비하도록 했다. 다른 대장균은 플라스틱 소재인 비스페놀A(BPA)를 흡수했다. BPA는 불임과 암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졌다. 두 대장균이 들어간 잉크로 만든 구조물은 원하는 조건에서 항암제를 방출했으며, 하루 만에 주변 액체에서 BPA 30%를 흡수했다.

살아있는 잉크로 만든 구조물은 2년 이상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페놀을 흡수하는 세균을 잉크에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장차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치유하는 건축 자재를 구현해 지구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기지 건설에 적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고자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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