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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는) 정부 내에서 논의된 바가 전혀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여당 인사들이 지난달 30일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전날에도 기재부는 일과 시간이 지난 오후 7시에 불쑥 보도 자료를 내고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1시간 뒤 "(양도소득세 완화는) 정부 내에서 논의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문구까지 추가해 다시 한번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이례적인 보도 자료였습니다.

홍 부총리는 이런 내용을 다시 언급하며 "정책 신뢰도 훼손,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재부가 진심인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기재부는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폈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해 여론이 악화하자 여당은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섰는데, 기재부는 반대했습니다. 당정 협의로 의견을 조율해야 할 여당과 기재부가 대립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대선을 앞둔 여당은 이런저런 감세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이러다 집값이 더 뛰면 뒷감당을 떠안게 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재부는 "나는 반대했는데 정치권이 밀어붙였다"는 '알리바이'를 남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 부처의 종가(宗家)로 자부하는 기재부의 신세가 처량하게 됐습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굳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반대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군요. "만약 기재부에서 이런 의도를 갖고 움직였다면 정치 감각이 정치인 뺨치는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기고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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