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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11억, 양도세는 12억
일관성 없는 주택담보 대출기준
그런데 올해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10억원을 넘어서는 등 집값이 폭등하면서 고가 주택의 기준이 바뀌었다. 예컨대 국회는 2일 2008년 이후 유지됐던 고가 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 역시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9억원(공시가격)에서 11억원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집값 기준은 여전히 9억원이다. 예컨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집값의 40%를 대출받을 수 있지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 비율이 20%로 줄어든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을 받아 사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세법상 고가 주택 기준이 오르는 만큼 대출 규제상 기준도 12억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초고가 주택 기준(15억원) 역시 그에 맞춰서 18억원 수준까지는 올려야 현실 시세에 맞는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9억? 13년 전 '유물(遺物)'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대출 한도가 40%에서 20%로 줄어들 뿐 아니라 무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9억원 넘는 집을 살 경우 무조건 1년 내 전입해야 한다. 2019년 이전까지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가 2년 내 전입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1년 내 전입으로 강화된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 증빙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의 중점 감시 대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9억원 기준의 수명이 다했다"는 얘기를 한다. 2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고가 주택 9억원 기준이 도입된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4억8084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위가격은 9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1월에는 10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고가 주택'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주택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초고가 주택 기준(15억원)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9년 12월 정부가 15억원을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잡은 것은 당시 강남권 아파트에 15억원이 넘는 주택들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서울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15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는 27%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3채가 초고가 주택인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대출 규제 상한선을 올리거나 없애는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대출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15억원 이상 주택은 전세를 끼고서라도 사두려는 갭 투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4% 이내로 못 잡아"
고가·초고가 주택대출 규제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정부는 지난 4월 가계대출 총량제를 도입했다. 당국은 각 은행에 작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에 맞출 것을 주문했지만, 지난 9월 이미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목표치를 넘거나 근접했다. 결국 대출 중단 조치를 하면서 속도 조절을 했지만,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77%로 올라섰다. 금융 당국은 목표치를 '6%대'로 완화하더니 결국 전세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제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스스로 총량 규제를 무력화했다. 11월까지 전세 대출을 제외한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4.65%로 떨어지면서 연말까지 대출 여력이 생겼다.
정부는 내년 전세 대출을 포함해 대출 총량 증가율을 4%로 낮추기로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인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하지 않았다면 증가율이 8~9%대에 달했을 것"이라며 "내년에 4%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면 수요가 절반 정도로 줄어야 하는데, 이사나 주택 구매 같은 실수요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목표치"라고 했다.
[그래픽]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 추이 / 가계 대출 잔액 추이 기고자 : 윤진호 기자 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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