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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 또 매진… 코로나, 자동차 극장이 부활했다

    장근욱 기자

    발행일 : 2021.12.03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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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겪던 CGV·롯데시네마 등 인천·경기 등에 잇따라 문 열고
    성동구 등 지자체도 공원 개방

    지난달 27일 인천 연수구의 대형 쇼핑몰 앞 야외주차장.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자 차량들이 빈 주차장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상영하는 영화 '유체이탈자'를 관람하기 위한 차량들. 일가족 4명이 자동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찾은 김혜진(53)씨는 "딸이 요즘 자동차 극장에서 치킨과 라면을 먹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길래 함께 왔다"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구미선(30)씨도 "코로나 이후 일반 극장은 간 적이 없지만 자동차 극장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찾는다"고 말했다.

    주차를 마친 관람객들은 인근 쇼핑몰과 매점에서 햄버거·즉석라면·팝콘 같은 간식거리를 담은 봉투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치킨·피자·햄버거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들도 상영 직전까지 부지런히 극장을 드나들었다. 노정래 담당 팀장은 "하루 많을 때는 최대 60만~70만원까지 매점 매출이 나온다"며 "그 절반 이상은 영화 보며 먹기 위해 '즉석라면'을 주문한 관객"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총 95대 수용 가능한 이 극장. 이날 오후 8시 1회 차는 매진, 세 시간 뒤 2회 차에는 78대가 들어섰다. 총 좌석 대비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는지 보여주는 '좌석 점유율'은 91%인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같은 영화를 상영한 전국 각지의 일반관 좌석 점유율은 31.4%였다.

    코로나와 비대면 시대를 맞아서 자동차 극장이 부활했다. 세련된 시설을 갖춘 복합 상영관이 인기를 끌자, 자동차 극장은 점점 자취를 감춰가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는 현재 한 곳도 없다. 남산 자동차 극장이 개장 21년 만인 지난 2019년 폐업한 데 이어, 올 초에는 마지막 남은 잠실 자동차 극장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불황에 고심하던 복합 상영관들은 최근 야외 자동차 극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CGV는 인천 연수구에 이어서 지난 9월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2호점을 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 6월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자동차 극장을 열었다. 씨네Q는 지난 3월부터 울산점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극장 활성화는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에서도 확인된다. 일반 영화관을 목적지로 선택한 운전자는 지난해 1월 하루 1만9200건에서 지난 10월 1만2325건으로 3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 극장으로 향한 이용자는 일평균 281건에서 533건으로 90% 증가했다. 티맵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통계를 보면 자동차 극장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자체가 공영 주차장이나 축구장·공원 등을 활용해서 상영회를 여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4월부터 공영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 상영회를 열기 시작했다. 누적 관람 차량 숫자는 지난해 1374대에 이어 올해는 3690대로 증가했다. 성동구 측은 "어린 자녀를 둔 관객들이 가족끼리 마땅히 함께할 문화 생활이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점차 상영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보름간 자동차 극장을 운영한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만차를 이뤘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 주차장에는 가수 노라조 등이 참여하는 '자동차 극장식' 콘서트가 열려서 150대 좌석이 2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러한 인기에 CGV 측은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측면에서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자동차 극장 지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자동차 극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히 코로나 감염 걱정 없이 영화를 본다는 안정감 덕분"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친숙해진 관객들을 앞으로도 계속 끌어모으려면 캠핑 레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가족 친화적 환경을 마련하는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수도권 상설 자동차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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