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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꼴페미' 서민 교수는 어쩌다 '反페미'가 되었나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발행일 : 2021.12.0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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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겨울 아들을 군대에 보낸 친구는 드라마 'D.P.'를 보지 않는다. 군대 내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다룬 얘기가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저런 부대가 어딨냐고 해도 완강하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머리 빡빡 민 아들이 철문 안으로 끌려 들어갈 때부터 기가 차더라. 신 김치 한 조각 굴러다니는 급식판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천안함 용사들 끝내 홀대당하는 거 보고 사람들이 왜 기를 쓰고 자식들 군대에 안 보내려는지 알았다. 나만 바보였다." 페미니스트라 자부했던 이 엄마는 "아들을 군대 보내고 나서야 군 가산점제 폐지에 대한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 취준생 딸을 둔 선배는 김기덕 영화를 보지 않는다. 세계 유수 영화제가 상찬한 걸작이라도 믿고 거른다. 여성에 대한 잔혹한 폭력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 '레인코트 킬러-유영철을 추격하다'를 보다가는 화를 내며 꺼버렸다. "모방 범죄라도 하라는 건가." 데이트 폭력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딸에게 다짐을 받는다. "남자는 다 늑대라고 보면 돼! 연애, 결혼, 그딴 거 안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꼴보수 자처하는 아빠지만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5주기 때 딸과 함께 온라인 추모에 참여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갈등과 다툼은 대개 '나만 옳다'는 아집에서 비롯된다. 상대 처지에서 생각하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여도 불화의 고리는 쉽게 풀린다. 20대 남녀 갈등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스트 엄마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이대남' 분노에 공감하고, 마초 아버지가 20대 딸의 불안과 공포를 목도하면서 세대별, 성별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시작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20대 남녀가 겪는 고통은 서로의 탓이 아니다. 군 복무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분노는 시대에 맞지 않는 병역 제도와 군대 부조리에서 기인한다. 어느 세대보다 실리적인 이들은 군인 연금 대상도, 국민건강보험 대상도 아닌 자신들을 국가에 강제징집돼 헐값에 노동을 제공하는 '루저'로 인식한다. 아버지 세대처럼 남자라는 이유로 특혜 받아본 적 없는데 가장으로서 받는 기대와 책무는 그대로다. 무슨 성범죄만 터지면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받으니 펄쩍 뛸 노릇이다.

    20대 여성의 고통은 한층 복잡하다. 성폭력방지법부터 스토킹처벌법까지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성범죄 난무하는 정글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 입시, 취업 문을 통과하고도 엄마 세대처럼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마주한다. 성적으로만 따지면 할당제 혜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남자들은 그 속도 모르고 욕을 해댄다.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해고 1순위. 지난해 자살 시도자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 중 가장 많았다.

    어긋난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주역은 정치인과 가짜 페미니스트들이다. 정치인들은 이대남 표를 얻겠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특혜로 둔갑시키는 데 동참한다. 페미니즘 뜻이 뭔지도 모르면서 페미니즘의 광기를 멈추라 호통치고, 여가부를 없애겠다 엄포를 놓는다. 강력 범죄 피해자 80%가 여성, 성별 임금 격차 67%, 500대 대기업 여성 임원 3%, 여성 고위 공무원 6.7% 같은 지표는 안중에 없다.

    가짜 페미들의 죄는 더 무겁다. 대부분 집권 여당에 포진한 그들은 모녀를 칼로 20여 차례 찔러 죽인 범인을 심신 미약이라 변호하고 이를 데이트 폭력이라 왜곡한 자기 당 대선 후보에게 침묵한다. 자칭 꼴페미였다가 반페미로 돌아선 기생충 학자 서민은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여성계와 여가부가 보인 행태, 윤미향과 정의연을 두둔한 여성 단체들은, 가히 K페미라고 해도 될 만한 한국 페미니즘이 여성의 열악한 인권을 구실로 돈과 권력을 획득하는 수단임을 일깨웠다"고 개탄했다.

    대선 후보들은 어떤가. 박빙이 될 대선의 승패를 2030이 가른다 하니 청년 선대위를 만들고, 청년부를 신설하겠단다. 모병제, 할당제, 경력 단절에 대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쇼'라면, 육군 훈련소로 달려가 훈련병들을 만나고, 출산 후 아기 업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경력 단절 여성들 목소리를 무릎 꿇고 듣는 게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지금의 20대는 IMF 외환 위기 때 태어나 남을 밟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 자랐다. 남녀가 가장 뜨겁게 사랑해야 할 나이에 험악한 말로 서로를 혐오하는 세대가 됐다. 이들에 대한 연민과 성찰 없이 해법도 없다. 표를 위해 갈라치기 할수록 대한민국은 출산율 제로로 치닫는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기고자 :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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