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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탈북민 방치하는 정부

    김동현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1.12.0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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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탈북민 여성 한성옥(당시 42세)씨가 6세 아들과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고, 집에 남아있던 음식은 고춧가루가 전부였다. 아사(餓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발견된 시신은 사망한 지 두 달쯤 지나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이 부검을 맡겼지만 사망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사인(死因) 미상'으로 처리됐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통일부는 국내 탈북민들의 생활을 전수 조사해 취약 계층의 생계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도 시스템을 보완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했다. 빈소를 찾은 구청장은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선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따져보자는 긴급 간담회도 열렸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한씨 모자처럼 '사인 미상'으로 숨진 탈북민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 미상은 병·고령·사고·자살 등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죽음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국내에서 사망한 탈북민 154명 중 사인 미상 처리된 경우가 90명(58%)이다. 2019년 사인 미상 탈북민은 10명이었는데, 이듬해 49명으로 뛰었고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41명이 나왔다. 한 탈북민 단체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정부는 사건 초기 잠깐 움직이는 것 같더니 이후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한바탕 쇼만 하고 끝난 것이다.

    대신 정부·여당은 지난 2년간 이런 일을 했다. 작년 말 민주당은 180석이란 거대 의석수를 이용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침묵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은 물론 국내 탈북민의 생활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정부가 종전 선언에는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 속 지난해 코로나가 확산했다. 복지 기관의 방문 상담, 탈북민 교회의 대면 예배가 어려워졌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외부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집에만 머무르다 고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얘기다. 이들은 "북한 눈치 보느라 정부가 탈북민에게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탈북민은 북한 체제에서 겪은 아픔, 탈북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고된 노동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안고 산다. 남들보다 정신적, 신체적 질환을 앓기 쉽다. 이들은 12주간의 사회 적응 교육을 받고 한국 사회에 홀로 선다. 탈북민 단체 관계자는 "이들의 꿈은 돈이나 명예처럼 거창한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남은 삶을 편안히 보내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렇게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이들이 한국에서 원인 모를 죽음을 맞고 있다.
    기고자 : 김동현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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