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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야구(MLB)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한 경기 3안타를 몰아치며 '타격 기계'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6경기 15타수 9안타를 기록하며 '6할 타자'가 됐다. 하지만 아직 환호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수가 워낙 적은 데다 시범경기 포함 23경기 만인 이날에야 첫 장타(2루타)를 신고한 점이 그의 능력에 의문부호를 붙인다. 김현수가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지만 비집고 들어가야 할 볼티모어 외야진도 두껍다. 주전은 물론 백업 선수도 잘하고 있다. 김현수의 느린 발과 수비력에 대한 지적도 팀 주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구단 입장에선 정규 시즌 20경기 안팎을 뛰며 검증된 주전 선수를 빼고 김현수를 넣기도 어렵게 됐다. 김현수가 감을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단은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6할 타자'가 된 김현수

김현수는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선발로 나왔지만 데뷔 첫 장타(2루타)도 때렸다. 3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맷 레이토스의 87마일(약 140㎞)짜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익수 쪽 2루타를 쳐냈다. 김현수는 3―3이던 4회말 2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선 좌전 안타, 6회말 1사 세 번째 타석에선 바뀐 투수 잭 푸트넘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았다. 내야 땅볼 안타로 진루하던 시즌 초와는 타구 질이 달라졌다. 볼티모어 지역 방송인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는 "개막전에서 야유 받았던 김현수가 오늘은 환호를 받았다"며 "제한된 기회 속에서 팬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MLB.COM은 "김현수가 반전을 일으켰다"고 했고,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경기에서 잠시 물러나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출전 기회가 적은 김현수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스콧 쿨바 볼티모어 타격 코치는 "김현수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피칭 머신에서 나오는 강속구를 쳐내는 성실한 타자"라며 "서서히 700만달러(2년)의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오리올스의 '딜레마'

하지만 오리올스의 속마음은 복잡해 보인다. 무엇보다 주전 외야수들이 자리를 굳히고 있어 김현수를 기용하기 쉽지 않다. 김현수를 따돌리고 주전 좌익수가 된 조이 리카르드는 최근 타격이 주춤하지만 수비가 좋고 발도 빠르다. 중견수 자리는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팀의 간판 타자 애덤 존스가, 우익수엔 거포 마크 트럼보가 버티고 있다. 백업인 놀런 라이몰드도 타율 0.355에 3홈런을 기록 중이다.

오리올스는 시범경기 타율 0.178에 그친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다 김현수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일부 야구 전문가는 "오리올스가 김현수를 드물게 출전시키면서 다시 마이너로 보낼 명분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현수가 꾸준히 성적을 올리면서 이런 명분도 사라지고 있다. 김현수 입장에선 일말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호 6호 홈런

박병호는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MLB 전체 다승 1위·방어율 1위인 조던 짐머맨을 상대로 6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2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3일 만이다. 4회말 2사 후 짐머맨의 87마일(약 140㎞)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MLB.COM은 "타구가 112마일(약 180㎞)의 속도로 배트를 떠나 435피트(약 133m)를 날아갔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팀 내 홈런 1위는 물론, 아메리칸리그 홈런 공동 8위, 리그 신인 홈런 1위에 올랐다.

[그래픽] 김현수 출전 및 성적 / 김현수와 경쟁자들

[그래픽] 코리안 메이저리거 성적표 기고자 : 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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