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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때문인지 더운 기운이 벌써부터 거세다. 수분이 90%나 차지하는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는 초여름 별미다. 부추와 마늘, 고춧가루, 생강 같은 알싸한 재료와 촉촉하고 아삭한 오이가 잘 조화된 오이소박이는 때 이른 더위를 가시게 하는데 초여름의 미각으로 제격이다.

오이소박이는 오이의 속을 갈라 양념과 채소나 고기를 넣어 먹는 음식이다. 오이김치는 대개 소박이로 많이 만들어 먹은 탓에 오이김치와 오이소박이는 20세기 이전에는 큰 구분 없이 사용되었다.

오이소박이는 과심저(瓜心菹), 소박이, 소박이김치 등 다양하게 불렸다. 19세기 이전에 오이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진상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귀한 식재료였다. 세조는 늦더위에 지친 재상들에게 술안주로 오이김치(瓜菹·과저)를 내놓기도 했다.(조선왕조실록 1457년 7월 8일) 1600년대 말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문(酒方文)'에는 오이에 칼집을 내고 형개, 후추, 마늘, 파 같은 매운 양념과 생치(꿩)나 황육(쇠고기)을 소로 넣은 외가지선(瓜茄菜·과가채)이 등장한다.

19세기 말에 쓰인 한글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오이소박이는 물론이고 가지소박이와 고추소박이가 동시에 등장한다. '간편조선요리제법'(1934년), '조선무싼신식요리제법'(1943년)같이 일제시대에 쓰인 조리서에는 외소김치라고 적혀 있다.

1935년 8월 30일 자 조선일보에는 가지소박이가 조선시대 궁가(宮家)에서 많이 먹던 음식으로 소개돼 있다. 청주 지역의 음식을 기록한 '반찬등속'(1913년)에는 조기를 다져 넣고 매운 양념을 넣은 오이김치와 오이 속에 열무를 넣은 오이김치 같은 독특한 오이소박이가 나온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기고자 : 박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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